溫谷의 따뜻한 생명 읽기 · 난경
3 第三難 · 제3편
第三難
溫谷 · · 13분
1. 조문 원문
三難曰:脈有太過,有不及,有陰陽相乘,有覆有溢,有關有格,何謂也?然,關之前者,陽之動也,脈當見九分而浮,過者,法曰太過,減者,法曰不及.遂上魚爲溢,爲外關內格,此陰乘之脈也.關以後者,陰之動也,脈當見一寸而沈.過者,法曰太過,減者,法曰不及.遂入尺爲覆,爲內關外格,此陽乘之脈也.故曰覆溢,是其眞臟之脈,人不病而死也.
2. 직역
제삼난(第三難)에서 말한다:
맥(脈)에는 태과(太過)가 있고, 불급(不及)이 있고, 음양(陰陽)이 서로 타고 넘는 것[相乘(상승)]이 있으며, 복(覆)이 있고 일(溢)이 있으며, 관(關)이 있고 격(格)이 있다 하니,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러하다. 관(關) 앞[前]이란 양(陽)이 동(動)하는 곳이니, 맥은 마땅히 구분(九分)에서 나타나며 부(浮)해야 한다. 이를 넘는[過] 것은 법(法)에 태과(太過)라 하고, 줄어든[減] 것은 법(法)에 불급(不及)이라 한다. 마침내 위로 어제(魚際)까지 올라가면 일(溢)이라 하니, 이는 외관내격(外關內格)이며, 이것은 음승(陰乘)의 맥(脈)이다.
관(關) 뒤[後]란 음(陰)이 동(動)하는 곳이니, 맥은 마땅히 일촌(一寸)에서 나타나며 침(沈)해야 한다. 이를 넘는[過] 것은 법(法)에 태과(太過)라 하고, 줄어든[減] 것은 법(法)에 불급(不及)이라 한다. 마침내 안으로 척(尺) 부위까지 들어가면 복(覆)이라 하니, 이는 내관외격(內關外格)이며, 이것은 양승(陽乘)의 맥(脈)이다.
그러므로 복일(覆溢)이라 하는 것은 그 진장(眞臟)의 맥(脈)이니, 사람이 병(病)이 없는데도 죽는다.
3. 의역
맥진(脈診)에서 관(關) 앞부분은 양기(陽氣)의 활동을 반영하는 부위로, 정상적으로는 9분(九分) 범위 내에서 부맥(浮脈)으로 나타나야 한다. 이 범위를 넘으면 태과(太過), 미치지 못하면 불급(不及)이다. 만약 맥이 관전(關前)을 넘어 어제(魚際, 엄지손가락 뿌리 쪽)까지 범람하듯 밀고 올라가면 이를 일(溢)이라 하며, 이는 음(陰)이 양(陽)의 자리를 침범한 것[陰乘(음승)]이다. 이 상태를 외관내격(外關內格)이라 하니, 밖으로는 양기(陽氣)가 관문이 닫힌 듯 나가지 못하고, 안으로는 음기(陰氣)가 격거(隔拒)하여 양(陽)을 배척하는 것이다.
관(關) 뒤쪽은 음기(陰氣)의 활동을 반영하는 부위로, 정상적으로는 1촌(一寸) 범위 내에서 침맥(沈脈)으로 나타나야 한다. 이 범위를 넘으면 태과(太過), 미치지 못하면 불급(不及)이다. 만약 맥이 관후(關後)를 넘어 척(尺) 안쪽 깊은 곳까지 잠복하듯 밀려 들어가면 이를 복(覆)이라 하며, 이는 양(陽)이 음(陰)의 자리를 침범한 것[陽乘(양승)]이다. 이 상태를 내관외격(內關外格)이라 하니, 안으로는 음기(陰氣)가 관문이 닫힌 듯 돌아가지 못하고, 밖으로는 양기(陽氣)가 격거하여 음(陰)을 배척하는 것이다.
복(覆)과 일(溢)은 모두 진장맥(眞臟脈)이 드러난 것이니, 겉으로 특별한 병증(病證)이 없어 보여도 사망에 이르는 극위중(極危重)한 맥상이다.
4. 핵심 요지
본 조문의 핵심은 촌구맥(寸口脈)의 정상 범위를 규정하고, 그 범위를 일탈하는 극단적 맥상—일(溢)과 복(覆)—이 음양이탈(陰陽離脫)의 사맥(死脈)임을 경고하는 것이다.
- 관전(關前) = 양(陽)의 영역, 부맥(浮)이 정상
- 관후(關後) = 음(陰)의 영역, 침맥(沈)이 정상
- 태과(太過)·불급(不及) = 병맥(病脈)이되 아직 치료 가능
- 일(溢)·복(覆) = 음양상승(陰陽相乘)의 극치, 진장지맥(眞臟之脈), 불치사증(不治死證)
5. 글자별·구절별 해석
① 太過(태과)와 不及(불급)
| 용어 | 의미 |
|---|---|
| 太過(태과) | 맥의 동(動)이 정상 범위를 '넘어선[過]' 것. 사기(邪氣)가 성(盛)하거나 정기(正氣)가 항진(亢進)된 상태 |
| 不及(불급) | 맥의 동(動)이 정상 범위에 '미치지 못하는[不及]' 것. 정기(正氣)가 허(虛)하거나 사기에 억눌린 상태 |
② 陰陽相乘(음양상승)
- 乘(승): '타다, 올라타다, 침범하다'의 뜻. 한쪽이 다른 쪽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 陰乘(음승): 음(陰)이 양(陽)의 위치를 침범 → 일(溢)
- 陽乘(양승): 양(陽)이 음(陰)의 위치를 침범 → 복(覆)
- 五行(오행)에서의 相乘(상승, 과도한 극(克))과 유사한 구조이되, 여기서는 맥상의 위치적 월경(越境)을 뜻한다.
③ 關之前者, 陽之動也(관지전자, 양지동야)
- 關(관): 촌구맥(寸口脈)의 관부(關部). 촌(寸)·관(關)·척(尺) 삼부(三部) 중 가운데.
- 關之前(관지전): 관부(關部)의 앞쪽, 즉 촌부(寸部) 방향 = 어제(魚際) 쪽.
- 陽之動(양지동): 양기(陽氣)의 활동을 반영하는 부위. 상초(上焦)·심폐(心肺)에 응한다.
- "前(전)"은 손목에서 손가락 쪽(원위부), "後(후)"는 팔꿈치 쪽(근위부)을 가리킨다.
④ 脈當見九分而浮(맥당견구분이부)
- 九分(구분): 난경(難經) 제이난(第二難)에서 규정한 촌구맥(寸口脈) 전체 길이가 일촌구분(一寸九分)이므로, 관전(關前)의 양맥(陽脈)은 구분(九分) 범위에서 나타나야 정상.
- 浮(부): 양기(陽氣)의 특성상 부맥(浮脈)이 정상이다. 양(陽)은 상승(上升)·외달(外達)하는 성질이므로.
참고 — 一寸九分(일촌구분)의 구조:
- 관전(關前) 양(陽)의 영역: 9분(九分) → 촌부(寸部)
- 관후(關後) 음(陰)의 영역: 1촌(一寸) → 척부(尺部)
- 합계: 9분 + 1촌 = 1촌 9분
⑤ 遂上魚爲溢(수상어위일)
- 遂(수): '마침내, 끝내'. 점진적 악화의 결과를 나타내는 부사.
- 上魚(상어): 위로 어제(魚際)까지 올라감. 어제(魚際)란 엄지손가락 근위부의 근육이 불룩한 부분(대어제(大魚際))으로, 촌구맥의 정상 범위 바깥이다.
- 溢(일): '넘치다'. 물이 그릇에서 넘치듯 맥이 정상 범위를 넘어 위로 범람하는 것.
⑥ 外關內格(외관내격)
| 글자 | 의미 |
|---|---|
| 外關(외관) | 밖이 닫힘[關(관) = 빗장]. 양기(陽氣)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차단됨 |
| 內格(내격) | 안에서 격거(隔拒)함. 음기(陰氣)가 안에서 양(陽)을 밀어내고 배척함 |
→ 음(陰)이 안에서 양(陽)을 밖으로 밀어내어, 맥이 위로 넘치는(溢) 것. 음(陰)이 양(陽)의 자리에 올라탄 것[陰乘(음승)].
주의: "외관내격(外關內格)"의 해석에는 역대로 이견이 있다.
- 해석 ① (본문 채택): 음(陰)이 안에서 양(陽)을 격거하고[內格], 양(陽)은 밖에서 관폐되어[外關] 들어오지 못함 → 음이 양의 영역을 침범 = 음승(陰乘)
- 해석 ②: 양(陽)이 밖에서 관폐되어 안으로 귀납하지 못하니, 안에서 음이 격거하는 형상이 됨
어느 해석이든 음양의 소통이 끊어진 이탈(離脫) 상태라는 핵심은 동일하다.
⑦ 關以後者, 陰之動也(관이후자, 음지동야)
- 關以後(관이후): 관부(關部)의 뒤쪽, 즉 척부(尺部) 방향 = 팔꿈치 쪽.
- 陰之動(음지동): 음기(陰氣)의 활동을 반영. 하초(下焦)·간신(肝腎)에 응한다.
⑧ 脈當見一寸而沈(맥당견일촌이침)
- 一寸(일촌): 관후(關後) 음맥(陰脈)의 정상 범위.
- 沈(침): 음기(陰氣)의 특성상 침맥(沈脈)이 정상. 음(陰)은 하강(下降)·내수(內收)하는 성질이므로.
⑨ 遂入尺爲覆(수입척위복)
- 入尺(입척): 척부(尺部) 안쪽 깊은 곳까지 들어감. 정상 척맥(尺脈)의 범위를 넘어 잠복하듯 깊어지는 것.
- 覆(복): '뒤집히다, 엎어지다'. 맥이 안으로 뒤집혀 들어가 깊이 묻히는 형상.
⑩ 內關外格(내관외격)
| 글자 | 의미 |
|---|---|
| 內關(내관) | 안이 닫힘. 음기(陰氣)가 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차단됨 |
| 外格(외격) | 밖에서 격거함. 양기(陽氣)가 밖에서 음(陰)을 밀어내고 배척함 |
→ 양(陽)이 밖에서 음(陰)을 안으로 밀어 넣어, 맥이 안으로 뒤집혀 들어가는(覆) 것. 양(陽)이 음(陰)의 자리에 올라탄 것[陽乘(양승)].
⑪ 眞臟之脈(진장지맥)
- 眞臟(진장): 장기(臟器) 본래의 맥(脈)이 가감(加減) 없이 그대로 드러난 것. 정상적으로 맥상에는 위기(胃氣)가 섞여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위기가 완전히 소실되면 장기 고유의 거칠고 딱딱한 맥상만 남는다.
- 진장맥(眞臟脈)이 나타난다는 것 = 위기절(胃氣絶) = 생명 유지의 근본이 끊어진 것
- 『황제내경·소문·옥기진장론(黃帝內經·素問·玉機眞臟論)』: "眞臟脈見者, 勝死(진장맥이 나타나면, 그것을 이기는 날에 죽는다)"
⑫ 人不病而死也(인불병이사야)
- 不病而死(불병이사): 겉으로 특별한 병증이 드러나지 않는데도 갑자기 죽는다.
- 이는 음양이탈(陰陽離脫)이 극도에 달하면 체표의 증상이 오히려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 병(病)이 없어 보이는 것은 이미 정기(正氣)가 항사(抗邪) 반응조차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6. 병기 분석
[정상 상태]
관전(寸部) → 양맥(陽脈) 9분, 浮
관후(尺部) → 음맥(陰脈) 1촌, 沈
→ 음양(陰陽)이 각각 자기 위치를 지키며 소통함
[태과·불급 — 병맥(病脈)]
원인: 외감(外感) 또는 내상(內傷)으로 기혈(氣血)의 편승편쇠(偏盛偏衰)
→ 관전 양맥이 9분을 약간 초과 → 太過(태과): 양(陽) 항성(亢盛), 사열(邪熱) 등
→ 관전 양맥이 9분에 미달 → 不及(불급): 양(陽) 부족(不足), 기허(氣虛) 등
→ 관후 음맥이 1촌을 약간 초과 → 太過(태과): 음(陰) 항성, 한사(寒邪) 내성(內盛) 등
→ 관후 음맥이 1촌에 미달 → 不及(불급): 음(陰) 부족, 음허(陰虛) 등
→ 이 단계에서는 아직 치료 가능
[溢(일) — 음승지맥(陰乘之脈)]
원인: 음기(陰氣)의 극도 항성 → 양(陽)의 자리를 완전 침범
병위: 관전(寸部)을 넘어 어제(魚際)까지
병성: 음성양위(陰盛陽衰)의 극치
기전: 음(陰)이 안에서 양(陽)을 격거[內格] → 양(陽)은 밖에서 관폐[外關]
→ 양기(陽氣)가 귀근(歸根)하지 못하고 위로 부월(浮越)
→ 맥이 어제(魚際)까지 넘쳐 올라감
→ 외관내격(外關內格)
결과: 음양이탈, 위기소실, 진장맥 노출 → 사증(死證)
[覆(복) — 양승지맥(陽乘之脈)]
원인: 양기(陽氣)의 극도 항성 → 음(陰)의 자리를 완전 침범
병위: 관후(尺部)를 넘어 척부 안쪽 깊은 곳까지
병성: 양성음위(陽盛陰衰)의 극치
기전: 양(陽)이 밖에서 음(陰)을 격거[外格] → 음(陰)은 안에서 관폐[內關]
→ 음기(陰氣)가 외달(外達)하지 못하고 안으로 잠복(潛伏)
→ 맥이 척부 깊은 곳까지 뒤집혀 들어감
→ 내관외격(內關外格)
결과: 음양이탈, 위기소실, 진장맥 노출 → 사증(死證)
[종합]
太過·不及 → 음양편승(偏盛) → 병맥(病脈), 치료 가능
溢·覆 → 음양이탈(離脫) → 사맥(死脈), 치료 불가
7. 관련 조문 비교 및 심화 논의
(1) 난경 제이난(第二難)과의 연결
제이난(第二難)에서는 촌구맥(寸口脈)의 전체 길이를 일촌구분(一寸九分)으로 규정하였다.
- 관전(關前) = 9분(九分): 양(陽)
- 관후(關後) = 1촌(一寸): 음(陰)
제삼난(第三難)은 이 구조 위에서 정상 범위를 넘어서는 맥의 변화를 다룬 것이다. 제이난이 '정상'을 규정했다면, 제삼난은 '이상(異常)'을 규정한 것이다.
의문점: 왜 양(陽)이 9분이고 음(陰)이 1촌인가?
이에 대해 역대 주석가들의 해석:
- 양(陽)은 경(輕)·박(薄)하고, 음(陰)은 중(重)·후(厚)하다: 양(陽)은 가볍고 활발하여 짧은 거리에서 감지되고, 음(陰)은 무겁고 깊어 더 넓은 범위가 필요하다.
- 천지(天地)의 수(數): 천(天, 양)의 수 9, 지(地, 음)의 수 10(≈1촌). 하도(河圖)·낙서(洛書)의 수리(數理)와 관련된 상수학적(象數學的) 해석.
(2) 황제내경과의 비교
『소문·맥요정미론(素問·脈要精微論)』
"尺內兩傍, 則季脅也. 尺外以候腎, 尺裏以候腹."
황제내경에서도 촌(寸)·관(關)·척(尺)의 부위별 장부 배속을 논하나, 난경처럼 정밀한 수치(9분, 1촌)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난경은 이를 더욱 체계화한 것이다.
『소문·옥기진장론(素問·玉機眞臟論)』
"眞肝脈至, 中外急, 如循刀刃... 色靑白不澤, 毛折, 乃死."
"眞心脈至, 堅而搏, 如循薏苡子..."
이처럼 황제내경에서 진장맥(眞臟脈)은 각 장(臟)별로 구체적 형상이 기술되어 있다. 난경 제삼난의 "眞臟之脈(진장지맥)"은 이 개념과 직결된다.
(3) 溢(일)과 覆(복)의 대비 구조
| 항목 | 溢(일) | 覆(복) |
|---|---|---|
| 맥의 방향 | 위로 올라감(上魚) | 안으로 들어감(入尺) |
| 침범 양상 | 음(陰)이 양(陽)의 자리를 침범 | 양(陽)이 음(陰)의 자리를 침범 |
| 음양 관계 | 陰乘(음승) | 陽乘(양승) |
| 관격 형태 | 外關內格(외관내격) | 內關外格(내관외격) |
| 병기 본질 | 음성양위(陰盛陽衰)의 극치 | 양성음위(陽盛陰衰)의 극치 |
| 공통점 | 진장지맥(眞臟之脈), 불병이사(不病而死) | 동일 |
(4) 關格(관격)과의 관계 — 상한론(傷寒論)·금궤요략(金匱要略)
『상한론(傷寒論)』 조문:
"關格者, 不得小便也." (일설)
『금궤요략(金匱要略)』:
"關格不利, 不得尿..."
여기서의 관격(關格)은 소변불통(小便不通), 구토(嘔吐) 등 상하(上下)의 기기(氣機)가 폐색된 병증을 가리키며, 난경의 관격(關格)—맥의 위치적 일탈—과는 개념의 층위가 다르다.
그러나 본질은 동일하다: 음양의 소통이 끊어져 상하(上下)·내외(內外)가 격절(隔絶)되는 것.
- 난경의 관격 = 맥상(脈象)에서의 음양격절
- 금궤요략의 관격 = 증후(證候)에서의 음양격절
- 양자는 같은 병기(病機)의 서로 다른 표현 양식이다.
8. 오해하기 쉬운 지점
① "陰乘"이 왜 溢(위로 넘침)인가?
직관적으로 음(陰)이 침범했으면 맥이 가라앉을 것 같지만, 반대로 위로 넘친다.
이유:
- 음(陰)이 안에서 양(陽)을 배척[內格]하면, 양기(陽氣)는 안으로 귀근할 곳을 잃고 위로·밖으로 부월(浮越)한다.
- 마치 한사(寒邪)가 극성하면 양기가 밖으로 떠오르는 격양(格陽), 진한가열(眞寒假熱)의 기전과 유사하다.
- 즉, 일(溢)은 양(陽)이 성해서 넘치는 것이 아니라, 음(陰)에 의해 양(陽)이 쫓겨나서 넘치는 것이다.
② "陽乘"이 왜 覆(안으로 뒤집힘)인가?
같은 논리:
- 양(陽)이 밖에서 음(陰)을 격거[外格]하면, 음기(陰氣)는 밖으로 나올 곳을 잃고 안으로·아래로 잠복(潛伏)한다.
- 마치 열사(熱邪)가 극성하면 음기가 안으로 숨는 격음(格陰), 진열가한(眞熱假寒)의 기전과 유사하다.
- 즉, 복(覆)은 음(陰)이 성해서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양(陽)에 의해 음(陰)이 안으로 밀려 들어간 것이다.
③ "不病而死"의 의미
"병이 없는데 죽는다"는 것은 아무런 원인 없이 갑자기 죽는다는 뜻이 아니다.
정확한 의미:
- 정기(正氣)가 이미 너무 쇠약하여 사기(邪氣)에 대한 항쟁 반응(발열, 통증, 기침 등)조차 일으키지 못함
- 겉으로 보이는 병증(病證)이 뚜렷하지 않아 "병이 없다"고 착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음양이 완전히 이탈(離脫)한 최악의 상태
- "大邪不鳴(대사불명)": 큰 사기(邪氣)는 오히려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임상 격언과 상통
9. 현대 임상적 이해 가능성
사례 1: 중환자실 환자의 맥상
중증 패혈증이나 다장기부전(多臟器不全) 환자에서:
- 맥이 극도로 미약하거나, 반대로 비정상적으로 촌부(寸部)에서만 박동이 느껴지거나, 척부(尺部)에서 전혀 잡히지 않는 경우
- 이는 본 조문의 일(溢)·복(覆)에 해당하는 양상일 수 있다
- "병이 없어 보이는데 죽는다"는 표현은 임종 직전 오히려 일시적으로 의식이 맑아지고 증상이 호전되는 듯 보이는 회광반조(回光返照) 현상과도 연결하여 이해할 수 있다
사례 2: 급성 심혈관 이벤트
- 갑자기 심근경색이나 대동맥박리로 사망하는 환자 중 일부는 발병 직전까지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었던 경우가 있다
- 한의학적으로는 이를 "정기(正氣)가 항사(抗邪) 반응을 일으키지 못할 만큼 이미 음양이 이탈 직전"이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맥진에서 일(溢)·복(覆) 양상이 발견된다면, 겉보기 증상에 현혹되지 말고 극위중(極危重) 상태로 판단해야 한다
사례 3: 만성 소모성 질환 말기
- 암 말기, 만성 신부전 말기 등에서 맥이 극도로 세약(細弱)해지면서도 특정 부위에서만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
- 위기(胃氣)가 소실되고 진장맥(眞臟脈)이 드러나는 양상
- "不病而死(불병이사)"는 이 시기에 오히려 환자가 편해졌다고 느끼는 역설적 호전과 관련될 수 있다
사례 4: 격양(格陽)·격음(格陰) 증후
- 격양증(格陽證): 내부는 극한(極寒)인데 겉으로 가열(假熱)이 나타남 → 일(溢)의 기전과 유사
- 예: 사지궐냉(四肢厥冷)인데 면부홍조(面部紅潮), 촌맥(寸脈)만 부대(浮大)
- 치법: 통맥사역탕(通脈四逆湯) 등으로 회양구역(回陽救逆)
- 격음증(格陰證): 내부는 극열(極熱)인데 겉으로 가한(假寒)이 나타남 → 복(覆)의 기전과 유사
- 예: 고열(高熱)인데 사지역냉(四肢逆冷), 척맥(尺脈)만 침실(沈實)
- 치법: 백호탕(白虎湯) 가감(加減) 등으로 청열(清熱)
10. 총괄 정리
| 구분 | 정상 | 태과(太過) | 불급(不及) | 溢(일) | 覆(복) |
|---|---|---|---|---|---|
| 관전(寸) | 9분, 浮 | 9분 초과 | 9분 미달 | 어제(魚際)까지 범람 | — |
| 관후(尺) | 1촌, 沈 | 1촌 초과 | 1촌 미달 | — | 척내(尺內) 깊이 잠복 |
| 음양 | 조화 | 편승(偏盛) | 편쇠(偏衰) | 陰乘(음승) | 陽乘(양승) |
| 관격 | — | — | — | 外關內格(외관내격) | 內關外格(내관외격) |
| 예후 | 건강 | 병(病), 치료 가능 | 병(病), 치료 가능 | 진장맥, 사증 | 진장맥, 사증 |
본 조문의 궁극적 교훈:
맥진(脈診)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맥의 형태(浮·沈·遲·數 등)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맥이 나타나는 위치와 범위를 통해 음양(陰陽)의 소통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태과(太過)와 불급(不及)은 치료할 수 있으나, 일(溢)과 복(覆)에 이르면 음양이 완전히 이탈(離脫)한 것이니, 이는 위기(胃氣)가 끊어진 진장맥(眞臟脈)으로서 사증(死證)이다. 특히 겉으로 병이 없어 보이는데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가 있으니, 맥진에서 이러한 극단적 이상을 발견하면 결코 안이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溫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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