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谷의 따뜻한 생명 읽기

17 脈度 · 제23편

脈度

溫谷 · · 29분

1. 조문 원문

脈度
黃帝曰:願聞脈度。岐伯答曰:手之六陽,從手至頭,長五尺,五六三丈。手之六陰,從手至胸中,三尺五寸,三六一丈八尺,五六三尺,合二丈一尺。足之六陽,從足上至頭八尺,六八四丈八尺。足之六陰,從足至胸中,六尺五寸,六六三丈六尺,五六三尺,合三丈九尺。蹻脈從足至目,七尺五寸,二七一丈四尺,二五一尺,合一丈五尺。督脈任脈各四尺五寸,二四八尺,二五一尺,合九尺。凡都合一十六丈二尺,此氣之大經隧也。經脈為裡,支而橫者為絡,絡之別者為孫,盛而血者疾誅之,盛者瀉之,虛者飲藥以補之。
五藏常內閱於上七竅也,故肺氣通於鼻,肺和則鼻能知臭香矣;心氣通於舌,心和則舌能知五味矣;肝氣通於目,肝和則目能辨五色矣;脾氣通於口,脾和則口能知五穀矣;腎氣通於耳,腎和則耳能聞五音矣。五藏不和則七竅不通,六府不和則留為癰。故邪在府則陽脈不和,陽脈不和則氣留之,氣留之則陽氣盛矣。陽氣太盛則陰脈不利,陰脈不利則血留之,血留之則陰氣盛矣。陰氣太盛,則陽氣不能榮也,故曰關。陽氣太盛,則陰氣弗能榮也,故曰格。陰陽俱盛,不得相榮,故曰關格。關格者,不得盡期而死也。
黃帝曰:蹻脈安起安止?何氣榮水?岐伯答曰:蹻脈者,少陰之別,起於然骨之後,上內踝之上,直上循陰股入陰,上循胸裡入缺盆,上出人迎之前,入頄,屬目內眥,合於太陽、陽蹻而上行,氣並相還則為濡目,氣不榮則目不合。
黃帝曰:氣獨行五藏,不榮六府,何也?岐伯答曰:氣之不得無行也,如水之流,如日月之行不休,故陰脈榮其藏,陽脈榮其府,如環之無端,莫知其紀,終而復始。其流溢之氣,內溉藏府,外濡腠理。
黃帝曰:蹻脈有陰陽,何脈當其數?岐伯答曰:男子數其陽,女子數其陰,當數者為經,其不當數者為絡也。

2. 직역

[제1단락: 경맥의 도수(度數)]

黃帝(황제)가 말했다: "맥의 도수(度數)를 듣고 싶습니다."

岐伯(기백)이 대답했다: "손의 여섯 양경(陽經)은 손에서 머리에 이르니, 길이가 5척(尺)이고, 5×6=3장(丈)입니다. 손의 여섯 음경(陰經)은 손에서 가슴 가운데에 이르니, 3척 5촌(寸)이고, 3×6=1장 8척, 5×6(촌)=3척, 합하면 2장 1척입니다. 발의 여섯 양경(陽經)은 발에서 위로 머리에 이르니 8척이고, 6×8=4장 8척입니다. 발의 여섯 음경(陰經)은 발에서 가슴 가운데에 이르니, 6척 5촌이고, 6×6=3장 6척, 5×6(촌)=3척, 합하면 3장 9척입니다. 교맥(蹻脈)은 발에서 눈에 이르니, 7척 5촌이고, 2×7=1장 4척, 2×5(촌)=1척, 합하면 1장 5척입니다. 독맥(督脈)·임맥(任脈)은 각각 4척 5촌이고, 2×4=8척, 2×5(촌)=1척, 합하면 9척입니다. 무릇 모두 합하면 16장 2척이니, 이것이 기(氣)가 다니는 큰 경수(經隧)입니다. 경맥(經脈)이 안[裡]이 되고, 갈라져 가로로 나간 것이 낙(絡)이며, 낙(絡)에서 또 갈라진 것이 손락(孫絡)입니다. (그 가운데) 성(盛)하여 피가 몰린 곳은 빨리 제거하고[疾誅], 성한 것은 사(瀉)하며, 허한 것은 약을 먹여 보(補)합니다."

[제2단락: 오장과 칠규(七竅), 관격(關格)]

"오장(五藏)은 항상 안에서 위의 칠규(七竅)에 나타납니다[閱]. 그러므로 폐기(肺氣)는 코[鼻]에 통하니, 폐(肺)가 화(和)하면 코가 냄새와 향기를 알 수 있습니다. 심기(心氣)는 혀[舌]에 통하니, 심(心)이 화(和)하면 혀가 다섯 가지 맛을 알 수 있습니다. 간기(肝氣)는 눈[目]에 통하니, 간(肝)이 화(和)하면 눈이 다섯 가지 색을 분별할 수 있습니다. 비기(脾氣)는 입[口]에 통하니, 비(脾)가 화(和)하면 입이 다섯 가지 곡식(맛)을 알 수 있습니다. 신기(腎氣)는 귀[耳]에 통하니, 신(腎)이 화(和)하면 귀가 다섯 가지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오장(五藏)이 화(和)하지 못하면 칠규(七竅)가 통하지 않고, 육부(六府)가 화(和)하지 못하면 (사기가) 머물러 옹(癰)이 됩니다. 그러므로 사기(邪)가 부(府)에 있으면 양맥(陽脈)이 화(和)하지 못하고, 양맥이 화하지 못하면 기(氣)가 머물며, 기가 머물면 양기(陽氣)가 성(盛)해집니다. 양기가 지나치게 성하면 음맥(陰脈)이 이롭지 못하고[不利], 음맥이 이롭지 못하면 혈(血)이 머물며, 혈이 머물면 음기(陰氣)가 성해집니다. 음기(陰氣)가 지나치게 성하면 양기(陽氣)가 영양할 수[榮] 없으니, 그러므로 관(關)이라 합니다. 양기(陽氣)가 지나치게 성하면 음기(陰氣)가 영양할 수[榮] 없으니, 그러므로 격(格)이라 합니다. 음양(陰陽)이 모두 성하여 서로 영양할 수 없으니, 그러므로 관격(關格)이라 합니다. 관격(關格)이란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는 것입니다."

[제3단락: 교맥(蹻脈)의 기시(起止)]

黃帝(황제)가 말했다: "교맥(蹻脈)은 어디서 시작하여 어디서 끝나며, 어떤 기(氣)가 영양하고 관개(灌漑)합니까?"

岐伯(기백)이 대답했다: "교맥(蹻脈)은 소음(少陰)의 별맥(別)이니, 연골(然骨)의 뒤에서 시작하여, 내과(內踝)의 위로 올라가고, 곧바로 위로 음고(陰股) 안쪽을 따라 음부(陰)로 들어가며, 위로 가슴 안[胸裡]을 따라 결분(缺盆)에 들어가고, 위로 인영(人迎)의 앞으로 나와서 광대뼈[頄]로 들어가며, 목내자(目內眥)에 속하여 태양(太陽)·양교맥(陽蹻)과 합하여 위로 행합니다. 기(氣)가 함께 돌아오면[並相還] 눈을 적셔[濡] 주고, 기가 영양하지[榮] 못하면 눈이 감기지 않습니다[目不合]."

[제4단락: 기가 오장만 순행하고 육부에는 영양하지 않는가?]

黃帝(황제)가 말했다: "기(氣)가 오장(五藏)만 돌고 육부(六府)를 영양하지 않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岐伯(기백)이 대답했다: "기(氣)는 운행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해와 달이 쉬지 않고 운행하는 것처럼입니다. 그러므로 음맥(陰脈)은 그 장(藏)을 영양하고, 양맥(陽脈)은 그 부(府)를 영양하니, 마치 고리[環]에 끝이 없는 것처럼 그 기강(紀)을 알 수 없으며, 끝나면 다시 시작합니다. 그 넘쳐흐르는 기(流溢之氣)는 안으로는 장부(藏府)를 관개(溉)하고, 밖으로는 주리(腠理)를 적셔[濡] 줍니다."

[제5단락: 교맥(蹻脈)의 음양과 경락(經絡) 구분]

黃帝(황제)가 말했다: "교맥(蹻脈)에 음양(陰陽)이 있는데, 어느 맥을 그 수(數)에 해당시킵니까?"

岐伯(기백)이 대답했다: "남자(男子)는 양(陽)을 세고, 여자(女子)는 음(陰)을 셉니다. 해당되어 세는 것이 경(經)이 되고, 해당되지 않아 세지 않는 것이 낙(絡)이 됩니다."


3. 의역

이 편은 인체 경맥(經脈) 시스템의 총체적 길이(度數), 분류 체계(경·낙·손락), 기혈 순환의 원리, 그리고 오장(五藏)과 칠규(七竅)의 상응 관계, 음양 경맥의 상호 견제와 관격(關格) 병리, 교맥(蹻脈)의 경로와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논한 것이다.

경맥의 총 길이가 16장(丈) 2척(尺)이라는 수치를 통해, 영기(營氣)·위기(衛氣)가 순환하는 총 경로의 규모를 제시하고, 이 경수(經隧)가 기혈 운행의 대도(大道)임을 선언한다. 이어 경맥에서 갈라진 낙맥(絡脈)과 손락(孫絡)의 계층적 구조를 밝히며, 각각의 허실(虛實)에 따른 치료 원칙을 제시한다.

오장(五藏)이 칠규(七竅)에 반영된다는 원리는 한의학 진단의 핵심 기초이며, 육부(六府)의 불화(不和)가 양맥(陽脈)의 울체 → 기류(氣留) → 혈류(血留) → 음양 상호 차단으로 진행되어 관격(關格)에 이르는 병리 전개는 중증 질환의 발전 기전을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교맥(蹻脈)에 대한 설명은 수면(目合·目不合)과 눈의 윤택(濡目)에 직결되는 기전을 밝히고, 마지막으로 기혈 순환이 장부(藏府)와 주리(腠理)를 끊임없이 관개·윤양하는 무단(無端) 순환임을 강조한다.


4. 핵심 요지

  1. 경맥 도수(脈度): 인체 경맥의 총 길이는 16장 2척으로, 기혈이 순환하는 대경수(大經隧)이다.
  2. 경·낙·손락의 계층 구조: 경맥(經脈) → 낙맥(絡脈) → 손락(孫絡)의 분지(分枝) 체계를 명확히 하고, 각 층위별 치료 원칙(사혈·사법·보약)을 제시한다.
  3. 오장-칠규 상응: 폐-비(鼻), 심-설(舌), 간-목(目), 비-구(口), 신-이(耳)의 대응은 진단의 핵심 원리이다.
  4. 관격(關格) 병리: 양맥 울체 → 기류(氣留) → 음맥 불리(不利) → 혈류(血留) → 음양 상호 차단 → 관격(關格) = 사망의 병리 연쇄를 보여준다.
  5. 교맥(蹻脈): 소음(少陰)의 별맥으로서 눈의 윤택과 수면(目合·不合)을 주관한다.
  6. 순환의 무단성(無端性): 기혈의 순환은 고리처럼 끝이 없으며, 넘쳐흐르는 기가 장부와 주리를 영양한다.

5. 글자별·구절별 해석

제1단락: 脈度(맥도) — 경맥의 길이와 분류

度(도)
길이, 도수(度數). 여기서는 경맥의 물리적 길이를 뜻한다. 경맥 순환의 거리를 수치적으로 파악하여, 기혈이 일주(一周)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거리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기초 데이터이다.

手之六陽(수지육양)
수삼양경(手三陽經)의 좌우 6개 경맥. 즉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 수태양소장경(手太陽小腸經), 수소양삼초경(手少陽三焦經)의 좌우 합 6조(條).

從手至頭(종수지두), 長五尺(장오척)
손[手]에서 머리[頭]까지 한 줄의 길이가 5척(尺). 6조이므로 5×6=30척=3장(丈).

참고: 고대 도량형
이 수치들은 고대 중국의 척도에 의한 것으로, 실제 해부학적 길이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으나, 경맥 시스템의 비례적 구조와 순환 총량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靈樞·骨度(영추·골도)』편에서 인체의 골도(骨度)를 기준으로 하여 1척(尺)의 기준을 제시한다.

手之六陰(수지육음)
수삼음경(手三陰經)의 좌우 6조.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 수궐음심포경(手厥陰心包經),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

從手至胸中(종수지흉중), 三尺五寸(삼척오촌)
손에서 가슴 가운데까지 한 줄의 길이가 3척 5촌.

  • 3촌(寸) × 6조 = 18척 = 1장 8척
  • 5촌 × 6조 = 30촌 = 3척
  • 합계: 1장 8척 + 3척 = 2장 1척
수양경(手陽經)은 손→머리(5척)인데, 수음경(手陰經)은 손→흉중(3척5촌)으로 더 짧다. 이는 양경(陽經)이 사지 말단에서 머리까지의 긴 경로를 가지며, 음경(陰經)은 사지 말단에서 흉복부 장부까지의 비교적 짧은 경로를 가지기 때문이다. 양주외(陽主外)·음주내(陰主內)의 원리가 반영된 구조이다.

足之六陽(족지육양), 從足上至頭八尺(종족상지두팔척)
족삼양경(足三陽經)의 좌우 6조. 발에서 머리까지 8척.

  • 6 × 8 = 48척 = 4장 8척

足之六陰(족지육음), 從足至胸中(종족지흉중), 六尺五寸(육척오촌)
족삼음경(足三陰經)의 좌우 6조. 발에서 흉중까지 6척 5촌.

  • 6 × 6 = 36척 = 3장 6척
  • 5 × 6 = 30촌 = 3척
  • 합계: 3장 6척 + 3척 = 3장 9척

蹻脈(교맥), 從足至目(종족지목), 七尺五寸(칠척오촌)
교맥(蹻脈)은 음교맥(陰蹻脈)·양교맥(陽蹻脈) 좌우 합 2조.

  • 2 × 7 = 14척 = 1장 4척
  • 2 × 5 = 10촌 = 1척
  • 합계: 1장 4척 + 1척 = 1장 5척

督脈任脈(독맥임맥), 各四尺五寸(각사척오촌)
독맥(督脈)과 임맥(任脈)은 각각 1조씩 2조.

  • 2 × 4 = 8척
  • 2 × 5 = 10촌 = 1척
  • 합계: 8척 + 1척 = 9척

凡都合一十六丈二尺(범도합일십육장이척)

총합 계산:

경맥길이
手六陽(수육양)3장(丈) 0척(尺)
手六陰(수육음)2장 1척
足六陽(족육양)4장 8척
足六陰(족육음)3장 9척
蹻脈(교맥)1장 5척
督脈·任脈(독맥·임맥)0장 9척
합계16장 2척

이 16장 2척이 바로 기혈이 순환하는 대경수(大經隧)의 총 거리이다.

此氣之大經隧也(차기지대경수야)

  • 經隧(경수): 경맥이라는 통로[隧]. 隧(수)는 터널, 지하 통로의 의미로, 경맥이 피부 아래를 관통하는 통로임을 시사한다.
  • 大經隧(대경수): 기(氣)가 순행하는 주요 대통로.

經脈為裡(경맥위리), 支而橫者為絡(지이횡자위낙), 絡之別者為孫(낙지별자위손)

이 구절은 경락 시스템의 계층 구조를 밝힌 핵심 문장이다.

  • 經脈(경맥): 종(縱)으로 세로 방향의 주된 간선(幹線). 깊이가 있어 裡(리, 안)라 표현.
  • 絡(낙): 경맥에서 갈라져[支] 가로[橫]로 나간 것. 경맥보다 얕고 넓게 분포.
  • 孫(손): 낙맥에서 다시 갈라진 미세한 분지. 孫(손)은 '손자'의 뜻으로, 가장 말단의 세소한 맥.

이 3단계 구조는 현대적으로 대동맥/대정맥 → 소동맥/소정맥 → 모세혈관의 구조와 유비될 수 있으나, 경전의 맥락에서는 기혈의 분배·순환·확산 체계를 설명하는 독자적 개념이다.

盛而血者疾誅之(성이혈자질주지)

  • 盛(성): 충만하여 넘치는 상태. 실증(實證).
  • 血(혈): 여기서는 어혈(瘀血) 혹은 울혈(鬱血)의 의미.
  • 疾(질): 빠르게, 신속히.
  • 誅(주): 원래 '벌하다, 처형하다'의 뜻이나, 여기서는 자락(刺絡)하여 나쁜 피를 빼내다의 의미.
  • → 낙맥(絡脈)이나 손락(孫絡)에 혈(血)이 성(盛)하여 울체(鬱滯)된 경우, 빨리 자락출혈(刺絡出血)하여 제거해야 한다.

盛者瀉之(성자사지), 虛者飲藥以補之(허자음약이보지)

  • 성(盛)한 것은 사법(瀉法)으로 다스리고, 허(虛)한 것은 약을 복용시켜 보법(補法)으로 다스린다.
  •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침(鍼)과 약(藥)의 치료 영역을 구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증(實證)의 울혈(鬱血)·기체(氣滯)에는 침(鍼)의 사법(瀉法)이나 자락(刺絡)이 우선이고, 허증(虛證)에는 약물(飲藥)로 보(補)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원칙이다.

제2단락: 五藏-七竅 상응과 關格(관격) 병리

五藏常內閱於上七竅也(오장상내열어상칠규야)

  • 閱(열): 나타나다, 드러내다, 보이다. 오장(五藏)의 상태가 안[內]에서 위[上]의 칠규(七竅)에 나타난다[閱]는 뜻.
  • 七竅(칠규): 두면부(頭面部)의 7개 구멍. 눈 2, 코 2, 귀 2, 입 1 = 7.
  • 이 구절은 장상학(藏象學)의 핵심 원리를 천명한 것이다. 장(藏)은 안에 숨겨져 있지만[藏], 그 기능적 상태는 반드시 외부의 규(竅)에 반영[閱]된다.

肺氣通於鼻(폐기통어비), 肺和則鼻能知臭香矣(폐화즉비능지취향의)

  • 폐(肺)는 코[鼻]에 통한다. 폐기(肺氣)가 화조(和調)로우면 코가 냄새와 향기를 정확히 감별한다.
  • 폐(肺)가 주기(主氣)하고, 코[鼻]가 폐의 외규(外竅)이므로, 폐의 선발(宣發)·숙강(肅降) 기능이 정상이면 후각(嗅覺)도 정상이다.
  • 임상 의미: 비색(鼻塞), 후각 둔화, 비염(鼻炎), 알레르기성 비염 등은 폐기(肺氣)의 불화(不和)로 볼 수 있다.

心氣通於舌(심기통어설), 心和則舌能知五味矣(심화즉설능지오미의)

  • 심(心)은 혀[舌]에 통한다. 심(心)이 화(和)하면 미각이 정상이다.
  • 五味(오미): 酸(산), 苦(고), 甘(감), 辛(신), 鹹(함).
  • 심(心)은 신명(神明)을 주관하고, 혀는 심(心)의 외규(外竅)이므로, 심화(心火)가 항염(亢炎)하면 설통(舌痛), 구내염(口內炎), 미각 이상이 나타난다.
  • 임상 의미: 설첨홍(舌尖紅), 구내염(口內炎), 미각 이상 등은 심(心)의 병변을 반영한다.

肝氣通於目(간기통어목), 肝和則目能辨五色矣(간화즉목능변오색의)

  • 간(肝)은 눈[目]에 통한다. 간(肝)이 화(和)하면 오색(五色)을 분별할 수 있다.
  • 五色(오색): 靑(청), 赤(적), 黃(황), 白(백), 黑(흑).
  • 간(肝)은 혈(血)을 저장[藏血]하고, 눈은 간의 외규(外竅)이다. 간혈(肝血)이 충족하면 시력이 밝고, 간혈(肝血)이 허(虛)하면 시력이 감퇴한다.
  • 임상 의미: 안건(眼乾), 시력 저하, 야맹(夜盲), 안충혈(眼充血) 등은 간(肝)의 병변과 관련.

脾氣通於口(비기통어구), 脾和則口能知五穀矣(비화즉구능지오곡의)

  • 비(脾)는 입[口]에 통한다. 비(脾)가 화(和)하면 오곡(五穀)의 맛을 알 수 있다.
  • 비(脾)는 운화(運化)를 주관하고, 입[口]은 비의 외규(外竅)이다.
  • 五穀(오곡): 여기서는 곡식의 맛을 대표하여 입맛, 식욕을 가리킴.
  • 임상 의미: 식욕 부진(食慾不振), 구담(口淡, 입이 싱겁다), 구건(口乾) 등은 비(脾)의 불화(不和).

腎氣通於耳(신기통어이), 腎和則耳能聞五音矣(신화즉이능문오음의)

  • 신(腎)은 귀[耳]에 통한다. 신(腎)이 화(和)하면 오음(五音)을 들을 수 있다.
  • 五音(오음): 宮(궁), 商(상), 角(각), 徵(치), 羽(우).
  • 신(腎)은 정(精)을 저장[藏精]하고, 귀[耳]는 신의 외규(外竅)이다.
  • 임상 의미: 이명(耳鳴), 난청(難聽), 이롱(耳聾) 등은 신정(腎精) 부족과 관련.
정리: 오장-칠규 대응표
오장(五藏)규(竅)기능 지표
肺(폐)鼻(비)후각(嗅覺) - 臭香(취향)
心(심)舌(설)미각(味覺) - 五味(오미)
肝(간)目(목)시각(視覺) - 五色(오색)
脾(비)口(구)미각/식욕 - 五穀(오곡)
腎(신)耳(이)청각(聽覺) - 五音(오음)

五藏不和則七竅不通(오장불화즉칠규불통)

  • 오장의 기능 부조화 → 해당 규(竅)의 기능 장애.
  • 이것이 장상학(藏象學)적 진단의 기본 원리이다. 외부의 규(竅)를 통해 내부의 장(藏)을 파악한다.

六府不和則留為癰(육부불화즉유위옹)

  • 육부(六府)가 화(和)하지 않으면 (사기가) 머물러[留] 옹(癰)이 된다.
  • 六府(육부): 담(膽), 위(胃), 소장(小腸), 대장(大腸), 방광(膀胱), 삼초(三焦).
  • 府(부)는 전화물(傳化物)을 담당하므로, 그 불화(不和)는 통과 장애 → 정체(停滯) → 울열(鬱熱) → 옹종(癰腫)으로 발전한다.
  • 癰(옹): 내옹(內癰)·외옹(外癰)을 모두 포함. 부(府)의 열(熱)과 울체(鬱滯)가 결합하여 형성.
  • 임상 의미: 장옹(腸癰, 충수염), 폐옹(肺癰, 폐농양) 등은 부(府)의 불화에서 비롯.

관격(關格) 병리의 연쇄 과정

이 부분은 본편의 가장 중요한 병기(病機) 분석이다. 단계적으로 풀어본다.

邪在府(사재부)
→ 陽脈不和(양맥불화)
→ 氣留之(기류지)
→ 陽氣盛(양기성)
→ 陰脈不利(음맥불리)
→ 血留之(혈류지)
→ 陰氣盛(음기성)
→ 陰氣太盛 → 陽氣不能榮 → 關(관)
→ 陽氣太盛 → 陰氣弗能榮 → 格(격)
→ 陰陽俱盛, 不得相榮 → 關格(관격)
→ 不得盡期而死(부득진기이사)

邪在府則陽脈不和(사재부즉양맥불화)

  • 사기(邪氣)가 부(府)에 들어가면 양맥(陽脈)이 부조화.
  • 부(府)는 양(陽)에 속하므로 양맥(陽脈)이 먼저 영향을 받음.

陽脈不和則氣留之(양맥불화즉기류지)

  • 양맥(陽脈)의 불조화 → 기(氣)의 순환 장애 → 기(氣)가 머물러 정체됨.

氣留之則陽氣盛矣(기류지즉양기성의)

  • 기(氣)가 정체되면 양기(陽氣)가 과잉 축적 → 양기(陽氣)가 성(盛)해짐.
  • 이 '성(盛)'은 건강한 충만이 아니라, 병적 과잉·울체의 성(盛)이다.

陽氣太盛則陰脈不利(양기태성즉음맥불리)

  • 양기(陽氣)의 과잉 → 음맥(陰脈)의 소통 장애[不利].
  • 양(陽)의 과잉이 음(陰)의 운행을 압박·억제.

陰脈不利則血留之(음맥불리즉혈류지)

  • 음맥(陰脈) 불리(不利) → 혈(血)의 순환 장애 → 혈(血)이 정체됨.

血留之則陰氣盛矣(혈류지즉음기성의)

  • 혈(血)이 정체 → 음기(陰氣)가 과잉 축적.

陰氣太盛, 則陽氣不能榮也, 故曰關(음기태성 즉양기불능영야 고왈관)

  • 關(관): 음기(陰氣)의 과성(過盛)으로 양기(陽氣)를 차단함. 안에서 밖으로의 소통이 막힘.
  • 음(陰)이 지나치게 성하여 양(陽)의 유통을 '관문(關門)처럼 막는다'는 뜻.
  • 맥학(脈學)적 의미: 촌구맥(寸口脈)에서 척부(尺部)의 맥이 극성(極盛)하여 양기의 흐름을 차단하는 상태.

陽氣太盛, 則陰氣弗能榮也, 故曰格(양기태성 즉음기불능영야 고왈격)

  • 格(격): 양기(陽氣)의 과성(過盛)으로 음기(陰氣)를 차단함. 밖에서 안으로의 소통이 막힘.
  • 양(陽)이 지나치게 성하여 음(陰)을 '거부[格拒]한다'는 뜻.
  • 맥학적 의미: 인영맥(人迎脈)이 극성(極盛)하여 음기의 흐름을 격거(格拒).

陰陽俱盛, 不得相榮, 故曰關格(음양구성 부득상영 고왈관격)

  • 음양(陰陽)이 모두 과성(過盛)하여 서로 영양·소통할 수 없는 상태.
  • 關格(관격): 음양의 상호 교류가 완전히 차단된 극위중증(極危重症).

關格者, 不得盡期而死也(관격자 부득진기이사야)

  • 盡期(진기): 천수(天壽)를 다하다.
  • 관격(關格)에 이르면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는다.
  • 이는 예후(豫後)가 극히 불량한 사증(死證)에 가까운 상태임을 선언한 것.
관격(關格)의 임상적 대응
- 상한론(傷寒論)의 관격(關格)은 맥이 촌부(寸部)와 척부(尺部)에서 모두 과성(過盛)하여 음양의 교류가 단절된 상태.
- 현대적으로는 급성 신부전(腎不全), 요독증(尿毒症), 다장기 부전(多臟器不全) 등 음양(陰陽)의 상호 전환이 근본적으로 실패한 위급증에 해당할 수 있다.
- 특히 "위로 토하고 아래로 소변이 나오지 않는[上吐下閉]" 상태가 관격의 전형적 양상이다.

제3단락: 蹻脈(교맥)의 경로와 기능

蹻脈安起安止(교맥안기안지)

  • 安(안): 어디에. 의문사.
  • 교맥(蹻脈)이 어디에서 시작하여[起] 어디에서 끝나는지[止] 묻는 것.

何氣榮水(하기영수)

  • 어떤 기(氣)가 영양하고[榮] 관개(灌漑)하는가[水]?
  • 水(수): 여기서는 '관개하다, 적시다'의 동사적 용법. 혹은 '水液(수액)을 운반하다'의 의미.

蹻脈者, 少陰之別(교맥자 소음지별)

  • 교맥(蹻脈)은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의 별맥(別脈, 분지)이다.
  • 이것은 음교맥(陰蹻脈)을 가리킨다. 족소음(足少陰)에서 갈라져 나옴.

起於然骨之後(기어연골지후)

  • 然骨(연골): 족주골(足舟骨). 연곡혈(然谷穴) 부근.
  • 연골(然骨)의 뒤에서 기시(起始).

上內踝之上(상내과지상)

  • 내과(內踝): 안쪽 복사뼈[內踝].
  • 내과의 위로 올라감.

直上循陰股入陰(직상순음고입음)

  • 곧바로 위로 올라가 음고(陰股, 넓적다리 안쪽)를 따라 음부(陰, 외음부)로 들어감.

上循胸裡入缺盆(상순흉리입결분)

  • 위로 가슴 안[胸裡]을 따라 결분(缺盆, 쇄골상와)으로 들어감.
  • 缺盆(결분): 쇄골상와(鎖骨上窩), ST12 부위.

上出人迎之前(상출인영지전)

  • 위로 인영(人迎, ST9 경동맥 박동 부위)의 앞으로 나옴.

入頄(입규)

  • 頄(규): 광대뼈[顴骨] 부위.

屬目內眥(속목내자)

  • 목내자(目內眥): 눈의 안쪽 모서리[內眥]. 정명혈(睛明穴, BL1) 부위.

合於太陽、陽蹻而上行(합어태양 양교이상행)

  • 태양경(太陽經)·양교맥(陽蹻脈)과 합류(合流)하여 위로 행함.
  • 이는 음교맥(陰蹻脈)과 양교맥(陽蹻脈)이 목내자(目內眥)에서 태양경(太陽經)과 만나는 것을 설명.

氣並相還則為濡目(기병상환즉위유목)

  • 並(병): 함께.
  • 相還(상환): 서로 돌아가다, 순환하다.
  • 濡目(유목): 눈을 적셔 윤택하게 함.
  • 음교맥·양교맥·태양경의 기(氣)가 함께 순환하면 눈에 진액(津液)이 공급되어 윤택해진다.

氣不榮則目不合(기불영즉목불합)

  • 기(氣)가 영양하지 못하면 눈이 감기지 않는다[目不合].
  • 目不合(목불합): 눈을 감을 수 없는 상태. 불면증(不眠症)과 관련.
  • 교맥(蹻脈)의 기혈이 부족하거나 양교(陽蹻)가 과항(過亢)하면 목불합(目不合, 불면)이 발생.
『靈樞·大惑論(영추·대혹론)』과의 연결
"衛氣(위기)가 양(陽)에 있으면 깨어 있고[寤], 음(陰)에 있으면 잠든다[寐]." 교맥(蹻脈)은 위기(衛氣)의 음양 출입을 조절하여 수면-각성 리듬을 관장한다. 양교맥(陽蹻脈)이 항진(亢進)하면 불면(不眠), 음교맥(陰蹻脈)이 항진하면 기면(嗜眠).

제4단락: 기혈 순환의 무단성(無端性)

氣之不得無行也(기지부득무행야)

  • 기(氣)는 운행하지 않을 수 없다. 쉼 없는 운행이 기(氣)의 본성.

如水之流(여수지류), 如日月之行不休(여일월지행불휴)

  • 물이 흐르듯, 해와 달이 쉬지 않고 운행하듯.
  • 기혈 순환의 영속성(永續性)과 불가정지성(不可停止性)을 비유.

陰脈榮其藏(음맥영기장), 陽脈榮其府(양맥영기부)

  • 음경(陰經)은 장(藏)을 영양하고, 양경(陽經)은 부(府)를 영양한다.
  • 음주장(陰主藏), 양주부(陽主府)의 원칙.

如環之無端(여환지무단), 莫知其紀(막지기기), 終而復始(종이부시)

  • 環(환): 고리. 無端(무단): 끝이 없음.
  • 紀(기): 실마리, 시작점.
  • 기혈 순환은 고리처럼 시작도 끝도 없이 순환하며, 그 시작점을 알 수 없고, 끝나면 다시 시작한다.
  • 이 비유는 순환(循環) 개념의 핵심이다. 혈액순환의 폐쇄회로 개념을 1,800년 이상 앞서 기술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其流溢之氣(기유일지기)

  • 流溢(유일): 넘쳐 흐르다.
  • 경맥의 정규 경로를 넘쳐 흘러나온 기(氣).

內溉藏府(내개장부), 外濡腠理(외유주리)

  • 溉(개): 관개하다, 물을 대다.
  • 濡(유): 적시다, 윤택하게 하다.
  • 腠理(주리): 피부와 근육 사이의 조직. 땀구멍[汗孔]과 피부의 미세 구조.
  • 넘쳐흐르는 기(氣)가 안으로는 장부(藏府)를 관개하고, 밖으로는 주리(腠理)를 적셔 윤택하게 한다.
이 구절은 영기(營氣)와 위기(衛氣)의 관계를 함축한다. 경맥 내의 영기(營氣)는 정규 경로를 순행하고, 경맥 밖으로 넘쳐흐르는 기는 위기(衛氣)처럼 장부와 주리를 영양·방어한다.

제5단락: 蹻脈(교맥)의 음양과 경낙(經絡) 구분

蹻脈有陰陽(교맥유음양), 何脈當其數(하맥당기수)

  • 교맥(蹻脈)에 음(陰)·양(陽)이 있는데, 어느 맥을 그 수(數)에 해당시키는가?
  • 數(수): 여기서는 '주된 것으로 세다, 주된 것에 해당시키다'의 뜻.

男子數其陽(남자수기양), 女子數其陰(여자수기음)

  • 남자는 양교맥(陽蹻脈)을 주로 치고[數], 여자는 음교맥(陰蹻脈)을 주로 친다.
  • 남자는 양(陽)이 주(主)이므로 양교맥(陽蹻脈)이 경(經, 주된 맥)이 되고, 여자는 음(陰)이 주(主)이므로 음교맥(陰蹻脈)이 경(經)이 된다.

當數者為經(당수자위경), 其不當數者為絡也(기불당수자위낙야)

  • 해당되어 (주된 것으로) 세는 것이 경(經)이 되고, 해당되지 않는 것이 낙(絡)이 된다.
  • 즉, 남자에게 양교맥(陽蹻脈)은 경(經)이요 음교맥(陰蹻脈)은 낙(絡)이며, 여자에게는 그 반대.
임상적 함의: 이 원칙은 남녀의 생리·병리 차이를 반영한다. 남자는 양기(陽氣)가 주도적이므로 양교맥(陽蹻)의 병변이 더 표면화되기 쉽고, 여자는 음혈(陰血)이 주도적이므로 음교맥(陰蹻)의 병변이 더 표면화되기 쉽다. 불면(不眠)·기면(嗜眠)의 치료에서 남녀별 교맥(蹻脈) 선택의 근거가 된다.

6. 병기 분석

6-1. 관격(關格) 병기의 구조적 분석

원인: 邪氣(사기)가 六府(육부)에 침입
→ 병위: 陽脈(양맥) — 양경(陽經), 부(府)에 연결된 경맥
→ 병성: 실증(實證) — 기(氣)의 울체[氣留]
→ 기혈진액 변화: 양기(陽氣) 과잉 축적
→ 양기 과성(過盛) → 음맥(陰脈) 억압 → 혈(血)의 울체[血留]
→ 음기(陰氣) 과잉 축적
→ 최종 병리:
   • 陰氣太盛(음기태성) → 陽氣(양기) 차단 = 關(관)
   • 陽氣太盛(양기태성) → 陰氣(음기) 차단 = 格(격)
   • 陰陽俱盛(음양구성) → 상호 차단 = 關格(관격)
→ 예후: 不得盡期而死(부득진기이사) — 사증(死證)

병기의 핵심 논리:

  1. 단계적 악화: 사기(邪氣)의 침입이 양맥 불화 → 기류(氣留) → 양기성(陽氣盛) → 음맥 불리 → 혈류(血留) → 음기성(陰氣盛) 순서로 진행. 이는 기분(氣分)에서 혈분(血分)으로의 전변(轉變)과 유사한 구조.
  1. 음양의 악순환: 양(陽)의 과잉이 음(陰)을 억압하고, 음(陰)의 과잉이 다시 양(陽)을 차단하는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 구조. 이것이 가장 위험한 점이다.
  1. 관(關)과 격(格)의 방향성:
  • 關(관): 음(陰)의 과성으로 양(陽)을 막음 → 아래에서 위로의 통과 장애. 소변불통(小便不通), 하부 울폐(鬱閉).
  • 格(격): 양(陽)의 과성으로 음(陰)을 막음 → 위에서 아래로의 수납 장애. 구토(嘔吐), 음식불입(飮食不入).
  • 關格(관격): 양 방향 모두 차단. 위로 토하고 아래로 막힘.

6-2. 교맥(蹻脈) 병기 — 수면 장애

원인: 교맥(蹻脈) 기혈의 편승(偏盛)
→ 병위: 目內眥(목내자) 부위, 눈과 뇌(腦)
→ 병성:
   • 陽蹻(양교) 過亢(과항) → 위기(衛氣)가 양(陽)에 편재 → 不眠(불면)
   • 陰蹻(음교) 過亢(과항) → 위기(衛氣)가 음(陰)에 편재 → 嗜眠(기면)
→ 기혈진액 변화: 진액이 목(目)에 도달하지 못함 → 目不合(목불합)
→ 증상: 불면(不眠), 안구건조(眼球乾燥), 혹은 과다수면(嗜眠)
→ 치법: 교맥(蹻脈)의 음양 조절

7. 현대 임상에서의 이해 가능한 사례

사례 1: 오장-칠규 상응 — 만성 비염(鼻炎)

환자가 만성적으로 코막힘[鼻塞]과 후각 감퇴를 호소한다. "肺氣通於鼻, 肺和則鼻能知臭香(폐기통어비 폐화즉비능지취향)"의 원리에 따라, 이는 폐기(肺氣)의 불화(不和)로 진단한다. 폐기(肺氣)의 선발(宣發) 기능이 저하되어 비규(鼻竅)가 불통(不通)한 것이다. 치법은 선폐통규(宣肺通竅) — 폐기를 선통(宣通)시켜 코를 열어주는 것.

사례 2: 관격(關格) — 만성 신부전(腎不全)

만성 신부전 환자가 소변량 감소[小便不通], 구역·구토[嘔吐], 전신 부종[浮腫]을 보인다. 이는 아래에서는 소변이 나오지 않고(관·關), 위에서는 음식을 수납하지 못하는(격·格) 관격(關格)의 전형적 양상이다. 음양(陰陽)의 상호 교류가 근본적으로 실패한 상태로, 예후가 불량하다.

사례 3: 교맥(蹻脈) — 불면증(不眠症)

환자가 만성적 불면을 호소하며, 눈이 건조하고 피로한 증상을 동반한다. "氣不榮則目不合(기불영즉목불합)"의 원리에 따라, 음교맥(陰蹻脈)의 기혈(氣血) 부족으로 위기(衛氣)가 양분(陽分)에 편재하여 잠들지 못하는 것으로 본다. 치법은 자음안신(滋陰安神)과 함께 교맥(蹻脈)의 혈위(穴位, 조해·照海·신맥·申脈 등)를 활용.

사례 4: 육부불화(六腑不和) — 장옹(腸癰)

"六府不和則留為癰(육부불화즉유위옹)"의 전형적 사례. 급성 충수염(闌尾炎)은 대장·소장의 전화(傳化) 기능 장애 → 정체[留] → 울열(鬱熱) → 옹종(癰腫)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金匱要略(금궤요략)』에서 大黃牡丹皮湯(대황모단피탕)으로 장옹(腸癰)을 치료하는 것과 연결된다.

사례 5: 심기불화(心氣不和) — 구내염(口內炎)

환자가 반복적으로 혀에 궤양[舌瘡]이 생기고, 심번(心煩)·불면(不眠)을 동반한다. "心氣通於舌, 心和則舌能知五味(심기통어설 심화즉설능지오미)"에 따라, 심화(心火)가 항염(亢炎)하여 설규(舌竅)에 병변이 나타난 것이다. 치법은 청심사화(清心瀉火) — 導赤散(도적산) 등.

사례 6: 간혈부족(肝血不足) — 시력 저하, 안구건조

중년 여성이 시력 저하, 안건조(眼乾燥), 눈의 피로감을 호소한다. "肝氣通於目, 肝和則目能辨五色(간기통어목 간화즉목능변오색)"에 따라, 간혈(肝血) 부족으로 눈에 충분한 영양이 공급되지 못한 것이다. 치법은 보간양혈명목(補肝養血明目) — 杞菊地黃丸(기국지황환) 등.


8. 유사 조문·반대 조문·관련 방증 비교

8-1. 『靈樞·營衛生會(영추·영위생회)』와의 비교

"營在脈中, 衛在脈外(영재맥중 위재맥외)" — 영기(營氣)는 맥 안에서 순행하고, 위기(衛氣)는 맥 밖에서 순행한다. 본편의 "流溢之氣, 內溉藏府, 外濡腠理(유일지기 내개장부 외유주리)"와 상통한다. 경맥 내의 정규 영기(營氣)와 경맥 밖으로 넘치는 위기(衛氣)의 관계를 다른 각도에서 설명.

8-2. 『靈樞·大惑論(영추·대혹론)』과의 비교

"衛氣不得入於陰, 常留於陽, 留於陽則陽氣滿, 陽氣滿則陽蹻盛, 不得入於陰則陰氣虛, 故目不瞑矣(위기부득입어음 상유어양 유어양즉양기만 양기만즉양교성 부득입어음즉음기허 고목불명의)"

이 조문은 본편의 "氣不榮則目不合(기불영즉목불합)"을 더 상세히 전개한 것이다. 위기(衛氣)가 음분(陰分)에 들어가지 못하면 양교맥(陽蹻脈)이 항성(亢盛)하여 눈이 감기지 않는다[不眠].

8-3. 『傷寒論(상한론)』 관격(關格) 조문과의 비교

『傷寒論·平脈法(상한론·평맥법)』: "關則不得小便(관즉부득소변), 格則吐逆(격즉토역)"

  • 본편의 관격(關格) 설명과 완전히 일치한다. 관(關)은 하부 폐색(小便不通), 격(格)은 상부 역출(吐逆)이다.
  • 그러나 『傷寒論(상한론)』에서는 맥상(脈象)을 기준으로 관격을 진단하는 반면, 본편은 병기(病機)의 전개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8-4. 『素問·五藏別論(소문·오장별론)』과의 비교

"六府者, 傳化物而不藏, 故實而不能滿也(육부자 전화물이부장 고실이불능만야)"

육부(六府)는 음식물을 전화(傳化)하는 것이지 저장하는 것이 아니므로, 항상 비워져야 한다. 비워지지 않으면[不和] → 정체[留] → 옹(癰)이 된다는 본편의 논리와 상호 보완.


9. 오해하기 쉬운 지점

9-1. "16장 2척"은 실측치(實測値)인가?

이 수치는 고대의 골도(骨度)를 기준으로 한 이론적 도수(度數)이다. 현대 해부학적 실측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수치의 의의는 절대적 길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맥 순환의 총량과 비율을 파악하고, 기혈의 일주(一周) 시간(28.8분에 해당하는 50영수·50營數)을 계산하는 기초를 제공하는 데 있다.

9-2. "心氣通於舌(심기통어설)"에서 미각(味覺)과 심(心)의 관계

현대 생리학에서 미각은 주로 혀의 미뢰(味蕾)와 뇌신경(안면신경·설인신경·미주신경)이 담당한다. 심(心)과의 직접적 연결은 현대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의학에서 심(心)은 신명(神明)을 주관하므로, 인지적 미각(味覺) — 맛을 '인식'하고 '분별'하는 고위 기능과 심(心)의 신지(神志) 기능을 연결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또한 심화항진(心火亢進)이 설첨(舌尖) 발적, 구내염 등 혀의 실질적 병변을 유발하는 임상적 사실과도 부합한다.

9-3. 관격(關格)의 "盛(성)"은 허증(虛證)이 아닌가?

관격(關格)에서 "陰氣盛(음기성)", "陽氣盛(양기성)"이라 했으므로 실증(實證)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성(盛)'은 정상적 충실이 아니라 병적 울체(鬱滯)의 과잉 축적이다. 기(氣)와 혈(血)이 순행하지 못하고 한쪽에 쌓여 있는 상태이므로, 형태적으로는 실(實)이나 본질적으로는 순환 실패에 의한 허(虛)와 실(實)의 복합이다. 이를 진실가허(眞實假虛) 혹은 진허가실(眞虛假實)의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

9-4. "目不合(목불합)"은 눈이 감기지 않는 것인가, 잠들지 못하는 것인가?

둘 다이다. 문자 그대로는 '눈이 감기지 않는다[不合]'이지만, 이것은 '잠들지 못한다[不眠]'와 동의이다. 교맥(蹻脈)의 기(氣)가 눈에 도달하지 못하면 눈이 감기지 않아 각성 상태가 지속된다. 반대로 "目合(목합)"은 눈이 감긴다 = 잠든다.


10. 현대 생리학적 해석 가능성 (보조적 참고)

경전 개념현대적 유비
경맥 16장 2척 총길이혈관 시스템의 총 길이 (실제 성인 혈관 총길이 약 10만km로 비유적 대응)
經-絡-孫(경-낙-손) 계층대동맥/정맥 → 소동맥/정맥 → 모세혈관의 분지 구조
流溢之氣(유일지기)조직간액(間質液), 림프액의 관류(灌流)
腠理(주리) 윤양(濡養)피부 미세순환, 조직 관류
關格(관격)다장기부전(MODS), 급성신부전의 무뇨(無尿)+구토 상태
蹻脈(교맥)과 수면시상하부(視床下部)의 수면-각성 주기 조절, 망상체활성계(ARAS)
五藏-七竅 상응자율신경계와 감각기관의 기능적 연결 (단, 정확한 대응은 아님)
주의: 이러한 현대적 유비는 이해를 돕기 위한 보조 수단일 뿐, 경전의 원래 논리를 대체하거나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11. 본편의 전체 구조 정리

제1단락: 脈度(맥도) — 경맥의 물리적 도수와 분류 체계
├ 手六陽(수육양): 3장
├ 手六陰(수육음): 2장 1척
├ 足六陽(족육양): 4장 8척
├ 足六陰(족육음): 3장 9척
├ 蹻脈(교맥): 1장 5척
├ 督·任(독·임): 9척
└ 총계: 16장 2척 = 大經隧(대경수)
    └ 經(경) → 絡(낙) → 孫(손) 계층 구조
    └ 치료 원칙: 盛血(성혈) → 刺絡(자락), 盛(성) → 瀉(사), 虛(허) → 飲藥補(음약보)

제2단락: 五藏-七竅(오장-칠규) 상응과 關格(관격) 병리
├ 폐-비, 심-설, 간-목, 비-구, 신-이
├ 오장불화 → 칠규불통
├ 육부불화 → 유위옹(留為癰)
└ 사재부 → 양맥불화 → 기류 → 양기성 → 음맥불리 → 혈류 → 음기성
    → 관(關)·격(格)·관격(關格) → 사(死)

제3단락: 蹻脈(교맥)의 경로와 기능
├ 소음(少陰)의 별맥(別脈)
├ 경로: 연골후 → 내과상 → 음고 → 흉리 → 결분 → 인영전 → 규 → 목내자
├ 태양·양교(太陽·陽蹻)와 합류
└ 기병상환 → 유목(濡目) / 기불영 → 목불합(目不合, 불면)

제4단락: 기혈 순환의 무단성(無端性)
├ 기는 쉬지 않고 순행
├ 음맥 → 장(藏), 양맥 → 부(府)
├ 여환지무단(如環之無端)
└ 유일지기(流溢之氣): 내개장부(內溉藏府), 외유주리(外濡腠理)

제5단락: 蹻脈(교맥)의 음양과 남녀 구분
├ 남자: 양교(陽蹻) = 경(經), 음교(陰蹻) = 낙(絡)
└ 여자: 음교(陰蹻) = 경(經), 양교(陽蹻) = 낙(絡)

12. 총괄 핵심 정리

본편 「脈度(맥도)」는 다음과 같은 다층적 의학 사상을 담고 있다.

  1. 경맥 시스템의 구조화: 경맥의 길이를 수치적으로 명시하고, 경(經)→낙(絡)→손(孫)의 3단계 분류를 확립하여 기혈 순환 시스템의 전체 구조를 체계화했다.
  1. 장상학(藏象學)의 기초: 오장(五藏)이 칠규(七竅)에 반영된다는 원리는 '내부 장기의 상태를 외부 감각기관으로 파악한다'는 한의학 진단의 핵심 패러다임이다.
  1. 병리의 연쇄 구조: 관격(關格) 병기는 단순한 음양 실조가 아니라, 양맥 불화 → 기류 → 혈류 → 음양 상호 차단이라는 단계적 악화의 연쇄를 보여주며, 이는 위중증의 발전 과정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1. 교맥(蹻脈)과 수면: 수면-각성 리듬이 음교맥·양교맥의 음양 균형에 의해 조절된다는 이론은, 불면(不眠)과 기면(嗜眠)의 병기와 치료에 직접적 지침을 제공한다.
  1. 순환의 철학: "如環之無端, 莫知其紀, 終而復始(여환지무단 막지기기 종이부시)"는 기혈 순환의 영속적·순환적 본질을 철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후 모든 한의학 순환론의 기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