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谷의 따뜻한 생명 읽기

38 逆順肥瘦 · 제44편

逆順肥瘦

溫谷 · · 29분

1. 조문 원문

黃帝問於岐伯曰:余聞針道於夫子,眾多畢悉矣。夫子之道,應若失,而據未有堅然者也。夫子之問學熟乎,將審察於物而生之乎?岐伯對曰:聖人之為道者,上合於天,下合於地,中合於人事,必有明法,以起度數,法式檢押,乃後可傳焉。故匠人不能釋尺寸而意短長,廢繩墨而起平水也,工人不能置規而為員,去矩而為方。知用此者,固自然之物,易用之教,逆順之常也。黃帝曰:願聞自然奈何?岐伯曰:臨深決水,不用工力,而水可竭也,循掘決沖,而經可通也,此言氣之滑澀,血之清濁,行之逆順也。

黃帝曰:願聞人之黑白肥瘦小長,各有數乎?岐伯曰:年質壯大,血氣充盈,膚革堅固,因加以邪,刺此者,深而留之,此肥人也。廣肩,腋項肉薄,皮厚而黑色,臨臨然,其血黑以濁,其氣澀以遲,其為人也,貪而於取與。刺此者,深而留之,多益之數也。黃帝曰:刺瘦人奈何?岐伯曰:瘦人者,皮薄色少,肉廉廉然,薄輕言,其血清氣滑,易脫於氣,易損於血,刺此者,淺而疾之。黃帝曰:刺常人奈何?岐伯曰:視其白黑,各為調之,其端正惇厚者,其血氣和調,刺此者,無失常數也。黃帝曰:刺壯士真骨者,奈何?岐伯曰:刺壯士真骨,堅肉緩節監監然,此人重則氣澀血濁,刺此者,深而留之,多益其數。勁則氣滑血清,刺此者,淺而疾之。黃帝曰:刺嬰兒奈何?岐伯曰:嬰兒者,其肉脆,血少氣弱,刺此者,以毫針,淺刺而疾髮針,日再可也。

黃帝曰:臨深決水奈何?岐伯曰:血清氣濁,疾瀉之,則氣竭焉。黃帝曰:循掘決沖,奈何?岐伯曰:血濁氣澀,疾瀉之,則經可通也。黃帝曰:脈行之逆順,奈何?岐伯曰:手之三陰。從藏走手,手之三陽,從手走頭,足之三陽,從頭走足,足之三陰,從足走腹。黃帝曰:少陰之脈獨下行,何也?岐伯曰:不然,夫衝脈者,五藏六府之海也,五藏六府皆稟焉。其上者,出於頏顙。滲諸陽,灌諸精。其下者,注少陰之大絡,出於氣街,循陰股內廉,入中,伏行骨內,下至內踝之後屬而別。其下者,並於少陰之經,滲三陰,其前者,伏行出跗屬,下循跗,入大指間,滲諸絡而溫肌肉。故別絡結則跗上不動,不動則厥,厥則寒矣。黃帝曰:何以明之。岐伯曰:以言導之,切而驗之,其非必動,然後乃可明逆順之行也。黃帝曰:窘乎哉,聖人之為道也,明於日月,微於毫,其非夫子,孰能道之也。

2. 직역

제1단락:

황제(黃帝)가 기백(岐伯)에게 물었다: "내가 부자(夫子)에게 침도(針道)를 들었으니, 많은 것을 다 알게 되었다. 부자의 도(道)는, 호응하는 듯하면서도 놓치는 것 같고, 의거함에 아직 견고한 바가 없다. 부자의 학문은 문답으로 익힌 것인가, 아니면 사물을 자세히 살펴서 생겨난 것인가?"

기백이 대답하였다: "성인(聖人)이 도(道)를 세움에, 위로는 하늘에 합하고, 아래로는 땅에 합하고, 가운데로는 인사(人事)에 합하니, 반드시 밝은 법(明法)이 있어 도수(度數)를 세우고, 법식(法式)으로 검찰하고 억누른 연후에야 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장인(匠人)이 자(尺)와 촌(寸)을 놓고서 짧고 긴 것을 가늠할 수 없으며, 먹줄(繩墨)을 폐하고서 수평을 세울 수 없다. 공인(工人)이 그림쇠(規)를 놓아두고 원(員)을 그릴 수 없으며, 곡척(矩)을 버리고 방(方)을 만들 수 없다. 이것을 쓸 줄 아는 자는, 진실로 자연의 사물에 근본하고, 쓰기 쉬운 가르침이며, 역순(逆順)의 일상적인 법칙이다."

황제가 말했다: "자연(自然)이란 것을 듣고 싶다."

기백이 말했다: "깊은 곳에 임하여 물을 터놓으면(臨深決水), 공력(工力)을 쓰지 않아도 물을 다하게 할 수 있고, 흐름을 따라 파고 들어가 막힌 곳을 터놓으면(循掘決沖) 경맥(經)을 통하게 할 수 있다. 이는 기(氣)의 활삽(滑澀), 혈(血)의 청탁(清濁), 운행의 역순(逆順)을 말하는 것이다."

제2단락:

황제가 말했다: "사람의 흑백(黑白)·비수(肥瘦)·소장(小長)에 각각 도수가 있는가?"

기백이 말했다: "나이와 체질이 장대(壯大)하고, 혈기(血氣)가 충영(充盈)하고, 피부(膚革)가 견고하되, 거기에 사기(邪)가 더해진 것이니, 이러한 자를 자침(刺)할 때는 깊이 찌르고 오래 머무르게 한다. 이것이 비인(肥人, 살찐 사람)이다. 어깨가 넓고(廣肩), 겨드랑이와 목의 살이 얇으며, 피부가 두껍고 검은 색이며, 임임연(臨臨然, 우뚝 서 있는 모습)하니, 그 혈(血)은 검고 탁하며, 그 기(氣)는 삽(澀)하고 지(遲)하다. 그 사람됨이 탐하여 취여(取與, 취하고 주는 것)에 빠진다. 이러한 자를 자침할 때는 깊이 찌르고 오래 머무르며, 횟수를 많이 더한다."

황제가 말했다: "수인(瘦人, 마른 사람)을 자침하는 것은 어떠한가?"

기백이 말했다: "수인은 피부가 얇고 색이 적으며, 살이 렴렴연(廉廉然, 깎인 듯 여윈 모습)하고, 목소리가 가볍고 얇으니, 그 혈은 맑고(清) 기는 미끄러우며(滑), 기(氣)가 쉽게 탈(脫)하고 혈이 쉽게 손상된다. 이러한 자를 자침할 때는 얕게 찌르고 빨리 뺀다(淺而疾之)."

황제가 말했다: "상인(常人, 보통 사람)을 자침하는 것은 어떠한가?"

기백이 말했다: "그 피부색의 흑백을 살펴 각각 조절하되, 그 체격이 단정하고 돈후(惇厚)한 자는 혈기가 화조(和調)되어 있으니, 이러한 자를 자침할 때는 상수(常數)를 잃지 않으면 된다."

황제가 말했다: "장사(壯士)로서 진골(真骨)이 드러난 자를 자침하는 것은 어떠한가?"

기백이 말했다: "장사(壯士)로 진골(真骨)이 있고, 살이 단단하며 관절이 느슨하고 감감연(監監然, 크고 건장한 모습)한 자에서, 이 사람이 중(重, 무겁고 둔중)하면 기가 삽(澀)하고 혈이 탁(濁)하니, 이러한 자를 자침할 때는 깊이 찌르고 오래 머무르며 횟수를 많이 더한다. 경(勁, 날래고 민첩)하면 기가 활(滑)하고 혈이 청(清)하니, 이러한 자를 자침할 때는 얕게 찌르고 빨리 뺀다."

황제가 말했다: "영아(嬰兒)를 자침하는 것은 어떠한가?"

기백이 말했다: "영아는 살이 연약하고(脆), 혈이 적고 기가 약하니, 이러한 자를 자침할 때는 호침(毫針)으로 얕게 찌르고 빨리 침을 빼되, 하루에 두 번이면 가하다."

제3단락:

황제가 말했다: "깊은 곳에 임하여 물을 터놓는다(臨深決水)는 것은 어떠한가?"

기백이 말했다: "혈이 맑고(清) 기가 탁(濁)하면, 빨리 사(瀉)하면 기가 갈(竭, 고갈)한다."

황제가 말했다: "흐름을 따라 파서 막힌 곳을 터놓는다(循掘決沖)는 것은 어떠한가?"

기백이 말했다: "혈이 탁(濁)하고 기가 삽(澀)하면, 빨리 사(瀉)하면 경(經)을 통하게 할 수 있다."

황제가 말했다: "맥행(脈行)의 역순(逆順)은 어떠한가?"

기백이 말했다: "수삼음(手之三陰)은 장(藏)에서 손으로 가고, 수삼양(手之三陽)은 손에서 머리로 가고, 족삼양(足之三陽)은 머리에서 발로 가고, 족삼음(足之三陰)은 발에서 배로 간다."

황제가 말했다: "소음지맥(少陰之脈)만 홀로 하행(下行)하는 것은 어찌된 것인가?"

기백이 말했다: "그렇지 않다. 무릇 충맥(衝脈)이란 오장육부(五藏六府)의 바다(海)이니, 오장육부가 모두 여기서 품수(稟)받는다. 그 위로 올라가는 것은 항상(頏顙, 인후 상부)으로 나와 모든 양경(陽)에 스며들고(滲) 모든 정(精)에 관개(灌)한다. 그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소음(少陰)의 대락(大絡)에 주입되어 기가(氣街)로 나오고, 음고내렴(陰股內廉, 넓적다리 안쪽)을 따라 오금(膕中)으로 들어가 뼈 안을 잠행(伏行)하여 내과(內踝) 뒤에 이르러 속(屬)하고 갈라진다(別). 그 아래로 가는 것은 소음(少陰)의 경(經)에 병행하여 삼음(三陰)에 스며들고, 그 앞으로 가는 것은 잠행하여 발등(跗)에 나와 속하고, 발등을 따라 내려가 엄지발가락 사이(大指間)로 들어가 모든 낙맥(絡)에 스며들어 기육(肌肉)을 따뜻하게 한다. 그러므로 별락(別絡)이 결(結, 막힘)하면 발등 위(跗上)가 동(動, 박동)하지 않고, 동하지 않으면 궐(厥)이 되고, 궐이 되면 한(寒)해진다."

황제가 말했다: "무엇으로써 이를 밝히는가?"

기백이 말했다: "말로써 이끌고(以言導之), 절맥(切)하여 검증하되(切而驗之), 반드시 동(動)하는 곳이 아닌 것을 살핀 연후에야 역순(逆順)의 운행을 밝힐 수 있다."

황제가 말했다: "곤(窘)할 만하도다! 성인의 도(道)를 세움이여, 해와 달보다 밝고, 터럭보다 미세하니, 부자가 아니면 누가 이를 말할 수 있으리오."


3. 의역

이 편은 침자(鍼刺) 치료를 할 때 환자의 체형·기혈 상태·연령·피부 특성에 따라 자침의 깊이·속도·횟수를 달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기백은 우선 의학의 도(道)가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것이며, 장인이 자와 먹줄을 쓰듯이 일정한 법칙과 도수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물의 비유를 들어, 깊은 곳의 물을 터놓으면 자연히 빠지듯이 인체의 기혈도 그 성질(활삽·청탁)에 따라 순응하면 자연스럽게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 후 비인(肥人)·흑색인·수인(瘦人)·상인(常人)·장사(壯士)·영아(嬰兒) 각각의 체질적 특징과 이에 맞는 자침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비인이나 혈탁기삽(血濁氣澀)한 자는 깊이 오래 자침하고, 수인이나 혈청기활(血清氣滑)한 자는 얕게 빨리 자침해야 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경맥 순행의 역순(逆順)을 설명하고, 특히 족소음경(足少陰經)이 하행하는 문제에 대해 충맥(衝脈)과의 관계를 통해 해명한다. 충맥이 오장육부의 바다로서 상하 전후로 기혈을 관개하며, 별락이 막히면 발등의 맥동이 소실되고 궐한(厥寒)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4. 핵심 요지

침 치료는 체형·피부·혈기의 청탁활삽(清濁滑澀)에 따라 깊이·속도·횟수를 조절해야 하며, 경맥의 역순(逆順) 순행을 이해하고 충맥(衝脈)의 관개(灌漑) 작용을 파악해야 한다.

핵심 원칙:

  1. 비(肥)·탁(濁)·삽(澀)·중(重) → 深刺(심자), 留針(유침), 多數(다수)
  2. 수(瘦)·청(清)·활(滑)·경(輕) → 淺刺(천자), 疾出(질출), 少數(소수)
  3. 경맥의 역순(逆順)은 십이경맥(十二經脈)의 순환 방향이며, 충맥(衝脈)은 오장육부의 총체적 기혈 저장소이다.

5. 글자별·구절별 해석

제1단락: 도(道)의 원칙과 자연의 비유

"應若失,而據未有堅然者也"

  • 應(응): 호응하다, 대답하다
  • 若失(약실): 잃은 것 같다, 잡히지 않는 듯하다
  • 據(거): 의거하다, 근거로 삼다
  • 堅然(견연): 견고하고 확실한 것

→ 황제가 기백의 침도를 들었으나, 호응하는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고, 명확하게 의거할 만한 견고한 체계가 없다는 느낌을 토로한 것이다. 이것은 임상에서 원칙이 있되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한의학의 개별화(個別化) 특성을 반영한다.

"問學熟乎,將審察於物而生之乎"

  • 問學(문학): 물어서 배운 것, 전수받은 학문
  • 審察(심찰): 세밀하게 관찰하다
  • 於物而生之(어물이생지): 사물로부터 생겨나게 한 것

→ 지식이 스승에게서 전수받은 것인가, 아니면 자연 현상을 직접 관찰하여 도출한 것인가를 묻는다. 이는 경험적 관찰(empirical observation)과 전통적 전승의 관계에 대한 인식론적 질문이다.

"上合於天,下合於地,中合於人事"

  • 合(합): 부합하다, 합치하다
  • 天(천)·地(지)·人事(인사):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 의학의 도는 천문(天文)·지리(地理)·인사(人事)에 모두 합치해야 하며, 이를 통해 보편적 법칙을 세운다는 삼재관(三才觀)의 표현이다.

"必有明法,以起度數,法式檢押"

  • 明法(명법): 명확한 법칙
  • 度數(도수): 수량적 기준, 척도
  • 法式(법식): 법도와 격식
  • 檢押(검압): 검증하고 제어하다

→ 경험적 관찰을 법칙화하고, 도수(度數)로 정량화하며, 법식으로 검증·제어한 후에야 전수할 수 있다는 것. 한의학이 단순 감각이 아니라 체계적 법칙에 기반한다는 선언이다.

"匠人不能釋尺寸而意短長,廢繩墨而起平水"

  • 匠人(장인): 목수
  • 釋(석): 놓아두다, 버리다
  • 尺寸(척촌): 자(ruler)
  • 意(의): 가늠하다, 추측하다
  • 繩墨(승묵): 먹줄 — 수평을 잡는 도구
  • 平水(평수): 수평

→ 비유: 목수가 자 없이 길이를 가늠할 수 없고 먹줄 없이 수평을 세울 수 없듯이, 의자(醫者)도 법도(法度) 없이 치료할 수 없다.

"工人不能置規而為員,去矩而為方"

  • 工人(공인): 장인, 기술자
  • 規(규): 컴퍼스(원 그리는 도구)
  • 員(원): 원(圓)과 통자
  • 矩(구): 곡척(직각자)
  • 方(방): 사각형, 모남

→ 같은 비유의 연장: 도구(법칙) 없이는 정확한 형태(치료 결과)를 만들 수 없다.

"固自然之物,易用之教,逆順之常也"

  • 自然(자연): 그러함에 스스로 말미암는 것, 자연의 이치
  • 易用(이용): 쉽게 쓸 수 있는
  • 逆順(역순): 거스르는 것과 순응하는 것
  • 常(상): 항상 그러한 법칙

→ 법칙을 아는 자는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여 쉽게 치료할 수 있으며, 이것이 역순(逆順)의 일상적 원칙이다.

"臨深決水,不用工力,而水可竭也"

  • 臨深(임심): 깊은 곳에 임하다
  • 決水(결수): 물길을 터놓다
  • 工力(공력): 인위적 노력
  • 竭(갈): 고갈되다, 다하다

→ 비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을 터놓으면 자연히 빠지듯이, 기혈의 성질에 순응하면 자연스럽게 치료된다. 이것은 사법(瀉法)의 원리를 물의 비유로 설명한 것이다.

"循掘決沖,而經可通也"

  • 循掘(순굴): 흐름을 따라 파다
  • 決沖(결충): 막힌 곳을 터놓다

→ 비유: 수로가 막힌 곳을 찾아 파서 터놓으면 물이 통하듯이, 경맥의 막힌 곳을 찾아 소통시키는 것이 통경(通經)의 원리이다.

"此言氣之滑澀,血之清濁,行之逆順也"

  • 滑(활): 미끄럽다 — 기가 잘 흐르는 상태
  • 澀(삽): 까끌까끌하다 — 기가 잘 흐르지 않는 상태
  • 清(청): 맑다 — 혈이 맑은 상태
  • 濁(탁): 흐리다 — 혈이 탁한 상태
  • 逆順(역순): 거스르는 것과 순응하는 것

→ 핵심 개념 제시: 기의 활삽(滑澀), 혈의 청탁(清濁), 운행의 역순(逆順) — 이 세 축이 자침법 결정의 기본 틀이다.


제2단락: 체형별 자침법

비인(肥人)의 자침

##### "年質壯大,血氣充盈,膚革堅固,因加以邪"

  • 年質壯大(연질장대): 나이와 체질이 장대하다
  • 血氣充盈(혈기충영): 혈기가 가득 차 있다
  • 膚革堅固(부혁견고): 피부(표피+진피)가 견고하다
  • 因加以邪(인가이사): 거기에 사기(邪氣)가 더해진 것

→ 비인(肥人)은 기혈이 충실하고 피부가 두꺼우므로, 사기가 깊이 침투하여 깊은 곳에 자리잡는다.

##### "深而留之"

  • 深(심): 깊이 자침
  • 留(유): 오래 유침(留針)

→ 치침 원칙: 피부가 두껍고 기혈이 충실한 비인은 사기가 깊이 있으므로 깊이 찌르고 오래 머무르게 해야 사기에 도달하여 이를 배출할 수 있다.

흑색인(黑色人)의 특징

##### "廣肩,腋項肉薄,皮厚而黑色,臨臨然"

  • 廣肩(광견): 어깨가 넓다
  • 腋(액): 겨드랑이
  • 項(항): 목
  • 肉薄(육박): 살이 얇다
  • 皮厚(피후): 피부가 두껍다
  • 黑色(흑색): 검은 색
  • 臨臨然(임임연): 우뚝하고 위엄 있는 모습

→ 이 체형은 어깨가 넓으나 목과 겨드랑이 살은 얇고, 피부는 두껍고 검은 색이다. 현대적으로 보면 근골격은 크지만 표층 지방은 적고 피부가 거친 체형이다.

##### "其血黑以濁,其氣澀以遲"

  • 血黑以濁(혈흑이탁): 혈이 검고 탁하다
  • 氣澀以遲(기삽이지): 기가 삽(澀)하고 느리다(遲)

→ 이러한 체형의 사람은 혈이 탁하고(점도가 높고) 기가 느리게 순환한다. 이는 어혈(瘀血) 경향, 기체(氣滯) 경향을 체질적으로 갖고 있다는 뜻이다.

##### "其為人也,貪而於取與"

  • 貪(탐): 탐하다
  • 取與(취여): 취하고 주는 것

→ 성격적 특성까지 관찰하여 기록한 것이다. 기혈이 탁하고 삽한 사람은 성격적으로도 취하려는 욕심이 강하고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것은 형신합일(形神合一) 사상의 반영이며, 체형-성격-기혈 상태를 하나의 연속체로 파악하는 관점이다.

##### "深而留之,多益之數也"

  • 多益之數(다익지수): 횟수를 많이 더한다

→ 혈탁기삽(血濁氣澀)한 체질은 한두 번의 자침으로는 기혈이 쉽게 소통되지 않으므로, 깊이 오래 유침하고 치료 횟수도 많이 해야 한다.

수인(瘦人)의 자침

##### "皮薄色少,肉廉廉然"

  • 皮薄(피박): 피부가 얇다
  • 色少(색소): 안색이 부족하다(혈색이 적다)
  • 廉廉然(렴렴연): 깎인 듯 여윈 모습

→ 수인은 피부가 얇고 혈색이 부족하며, 살이 각이 져서 마른 모습이다.

##### "薄輕言"

  • 薄(박): 얇다, 가볍다 (여기서는 '박(薄)하게')
  • 輕言(경언): 가볍게 말한다, 목소리가 가늘다

→ 기혈이 부족하여 발성(發聲)도 약하고 가벼운 것이다. 기(氣)가 충실하면 목소리가 크고 힘이 있지만, 기허(氣虛)하면 목소리가 가늘고 힘이 없다.

##### "其血清氣滑,易脫於氣,易損於血"

  • 血清(혈청): 혈이 맑다(묽다)
  • 氣滑(기활): 기가 미끄럽다(흐름이 빠르다)
  • 易脫於氣(이탈어기): 기가 쉽게 탈(脫)한다
  • 易損於血(이손어혈): 혈이 쉽게 손상된다

→ 핵심 병기: 수인은 기혈이 희박하여 자극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

  • 혈이 맑다(清) → 농도가 낮고 쉽게 소실된다
  • 기가 활(滑)하다 → 흐름이 빠르나 쉽게 빠져나간다
  • 따라서 과도한 자침은 기탈(氣脫)·출혈(出血)을 유발한다

##### "淺而疾之"

  • 淺(천): 얕게 자침
  • 疾(질): 빨리 침을 뺀다

→ 치침 원칙: 수인은 얕게 찌르고 빨리 빼야 한다. 깊이 오래 유침하면 기가 탈하고 혈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상인(常人)의 자침

##### "視其白黑,各為調之"

  • 白黑(백흑): 피부색의 밝고 어두움
  • 調(조): 조절하다

→ 보통 사람이라도 피부색의 편차에 따라 자침법을 조절해야 한다.

##### "端正惇厚者,其血氣和調"

  • 端正(단정): 체격이 바르다
  • 惇厚(돈후): 두텁고 후하다
  • 和調(화조): 조화롭고 균형 잡혀 있다

→ 체격이 단정하고 돈후한 상인(常人)은 기혈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므로, 특별한 가감 없이 상수(常數)대로 자침하면 된다.

##### "無失常數"

  • 常數(상수): 일정한 기준 횟수·깊이·시간

→ 정상 범위 안에서 법도대로 시행하라는 뜻이다.

장사진골(壯士真骨)의 자침

##### "壯士真骨,堅肉緩節監監然"

  • 壯士(장사): 건장한 사나이
  • 真骨(진골): 뼈가 크고 단단하며 드러나 있는 것 (골격이 현저한 것)
  • 堅肉(견육): 살이 단단하다
  • 緩節(완절): 관절이 느슨하다 (유연하다)
  • 監監然(감감연): 크고 건장한 모습 (일설에는 '엄중한 모습')

→ 근골이 발달하고 뼈대가 큰 장사(壯士) 유형이다.

##### "重則氣澀血濁"

  • 重(중): 몸이 무겁고 둔중하다 (행동이 느리다)

→ 같은 장사라도 움직임이 둔중한 자는 기가 삽(澀)하고 혈이 탁(濁)하므로, 비인(肥人)과 같은 원칙으로 심자(深刺), 유침(留針), 다수(多數)로 치료한다.

##### "勁則氣滑血清"

  • 勁(경): 날래다, 민첩하다

→ 같은 장사라도 움직임이 민첩한 자는 기가 활(滑)하고 혈이 청(清)하므로, 수인(瘦人)과 같은 원칙으로 천자(淺刺), 질출(疾出)로 치료한다.

⚡ 핵심: 같은 외형(장사·진골)이라도, 행동 특성(重 vs 勁)에 따라 기혈 상태가 다르고 따라서 자침법도 정반대가 된다. 이것은 외형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기혈의 실제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이다.

영아(嬰兒)의 자침

##### "其肉脆,血少氣弱"

  • 脆(취): 연약하다, 부서지기 쉽다
  • 血少(혈소): 혈이 적다
  • 氣弱(기약): 기가 약하다

→ 영아는 오장육부가 미성숙하고 기혈이 부족하다. 이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稚陰稚陽(치음치양) — 음도 양도 다 미숙하고 연약하다 — 의 표현이다.

##### "以毫針,淺刺而疾髮針,日再可也"

  • 毫針(호침): 가장 가는 침
  • 淺刺(천자): 얕게 찌르다
  • 疾髮針(질발침): 빨리 침을 빼다
  • 日再(일재): 하루에 두 번

→ 가장 가는 침으로 얕게 찌르고 즉시 빼며, 하루 두 번 정도면 충분하다. 과도한 자극은 기혈 손상을 초래하므로 최소한의 자극을 준다.


제3단락: 치법의 구체적 적용과 경맥 역순

"血清氣濁,疾瀉之,則氣竭焉"

이것은 앞서 말한 "임심결수(臨深決水)"의 구체적 적용이다.

  • 血清(혈청): 혈이 맑다 — 혈분(血分)은 허약
  • 氣濁(기탁): 기가 탁하다 — 기분(氣分)에 사기(邪氣)가 있다
  • 疾瀉(질사): 빨리 사(瀉)한다
  • 氣竭(기갈): 사기가 고갈된다 (빠져나간다)

→ 혈은 맑으나 기가 탁한 상태, 즉 기분(氣分)에 사기가 있을 때 빠르게 사법(瀉法)을 쓰면 마치 높은 곳에서 물을 터놓듯이 사기가 자연히 빠져나간다.

주의: 여기서 "氣竭(기갈)"은 정기(正氣)가 고갈된다는 뜻이 아니라, 사기(邪氣)의 탁한 것이 소진된다는 뜻이다. 임심결수(臨深決水)의 비유 맥락에서 볼 때, 물(사기)을 빼내는 것이다.

"血濁氣澀,疾瀉之,則經可通也"

이것은 "순굴결충(循掘決沖)"의 구체적 적용이다.

  • 血濁(혈탁): 혈이 탁하다 — 혈분에 어체(瘀滯)가 있다
  • 氣澀(기삽): 기가 삽하다 — 기의 흐름이 막혀 있다
  • 疾瀉(질사): 빨리 사한다
  • 經可通(경가통): 경맥이 통할 수 있다

→ 혈이 탁하고 기가 삽한 상태, 즉 어혈(瘀血)·기체(氣滯)가 있을 때 빠르게 사법을 쓰면, 마치 막힌 수로를 파서 터놓듯이 경맥이 소통된다.

경맥의 역순(逆順) — 십이경맥 순행 방향

##### "手之三陰,從藏走手"

  • 수삼음(手三陰):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수궐음심포경(手厥陰心包經)·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
  • 從藏走手(종장주수): 장부(臟)에서 손으로 간다

##### "手之三陽,從手走頭"

  • 수삼양(手三陽):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수소양삼초경(手少陽三焦經)·수태양소장경(手太陽小腸經)
  • 從手走頭(종수주두): 손에서 머리로 간다

##### "足之三陽,從頭走足"

  • 족삼양(足三陽):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
  • 從頭走足(종두주족): 머리에서 발로 간다

##### "足之三陰,從足走腹"

  • 족삼음(足三陰): 족태음비경(足太陰脾經)·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
  • 從足走腹(종족주복): 발에서 배로 간다

→ 이것이 십이경맥(十二經脈)의 순환 고리이다:

臟 → 手(수삼음) → 手 → 頭(수삼양) → 頭 → 足(족삼양) → 足 → 腹(족삼음) → 臟 ...

이 순환 방향을 따르는 것이 순(順)이고, 거스르는 것이 역(逆)이다.

소음지맥(少陰之脈)과 충맥(衝脈)의 관계

##### "少陰之脈獨下行,何也"

→ 황제의 질문: 족소음(足少陰)은 "발에서 배로 간다(從足走腹)"고 했는데, 왜 소음의 맥이 홀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인가?

이 질문은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의 순행이 위로 올라가는 것(從足走腹)인데, 실제로 발 아래쪽으로도 맥기가 내려가는 현상을 관찰한 것에서 비롯된다.

##### "夫衝脈者,五藏六府之海也"

  • 衝脈(충맥): 기경팔맥(奇經八脈)의 하나
  • 五藏六府之海(오장육부지해): 오장육부의 바다 — 기혈의 총저장소

→ 기백은 이것이 족소음경(足少陰經)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충맥(衝脈)의 작용이라고 설명한다. 충맥은 오장육부의 기혈을 총괄하는 "바다"이며, 모든 장부가 여기서 기혈을 품수(稟受)받는다.

##### 충맥의 상행(上行) 분지

"其上者,出於頏顙,滲諸陽,灌諸精"

  • 頏顙(항상): 인후(咽喉) 상부, 비인두(鼻咽頭) 부위
  • 滲諸陽(삼제양): 모든 양경(陽經)에 스며든다
  • 灌諸精(관제정): 모든 정기(精氣)에 관개한다

→ 충맥의 상행 분지는 인후 상부로 나와 양경(陽經)을 적시고 정기(精)를 관개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두면부(頭面部)와 양경에 기혈을 공급하는 통로이다.

##### 충맥의 하행(下行) 분지

"其下者,注少陰之大絡,出於氣街"

  • 注(주): 주입되다
  • 少陰之大絡(소음지대락): 소음경(少陰經)의 대락(大絡)
  • 氣街(기가): 서혜부(鼠蹊部), 기충혈(氣衝穴) 부위

→ 충맥의 하행 분지는 족소음경의 대락(大絡)에 합류하여 기가(氣街, 서혜부)에서 나온다. 이것이 바로 "소음의 맥이 아래로 내려간다"고 보이는 실제 원인이다 — 소음경 자체가 아니라 충맥이 소음경의 대락에 합류하여 하행하는 것이다.

"循陰股內廉,入膕中,伏行骨內,下至內踝之後屬而別"

  • 陰股內廉(음고내렴): 넓적다리(대퇴) 안쪽 모서리
  • 膕中(국중): 오금(슬와부, 무릎 뒤)
  • 伏行骨內(복행골내): 뼈(경골) 안쪽을 잠행(潛行)하다
  • 內踝(내과): 안쪽 복사뼈
  • 屬而別(속이별): 연속하여 갈라진다

→ 충맥이 소음대락과 합류하여 대퇴 안쪽 → 오금 → 경골 내면 잠행 → 내과(內踝) 뒤에 이르러 갈라지는 순행 경로이다. 이 경로는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의 하지 순행과 거의 겹치므로, 마치 소음의 맥이 하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其下者,並於少陰之經,滲三陰"

  • 並(병): 나란히 하다, 병행하다
  • 滲三陰(삼삼음): 삼음경(三陰經)에 스며든다

→ 하행 분지 중 일부는 소음경과 병행하면서 족삼음경(足三陰經) 전체에 기혈을 삼투(滲透)시킨다.

"其前者,伏行出跗屬,下循跗,入大指間,滲諸絡而溫肌肉"

  • 跗(부): 발등
  • 大指間(대지간): 엄지발가락 사이
  • 滲諸絡(삼제락): 모든 낙맥에 스며든다
  • 溫肌肉(온기육): 기육(근육)을 따뜻하게 한다

→ 전방 분지는 발등으로 나와 엄지발가락 사이까지 이르러 모든 낙맥에 스며들어 기육을 온양(溫養)한다. 이것이 충맥의 말단 분포 — 하지와 족부(足部)의 기혈 공급과 보온 기능이다.

##### "故別絡結則跗上不動"

  • 別絡結(별락결): 별락(別絡)이 막히다(結)
  • 跗上不動(부상부동): 발등 위의 맥동이 없어진다

→ 충맥의 별락(別絡)이 막히면 발등 위의 동맥 박동(족배동맥 박동에 해당)이 소실된다. 현대 의학적으로는 족배동맥(dorsalis pedis artery)의 맥박 촉지 불가에 해당하는 현상이다.

##### "不動則厥,厥則寒矣"

  • 不動(부동): 박동하지 않는다
  • 厥(궐): 사지가 차가워지는 것, 기혈이 사지 말단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태
  • 寒(한): 차갑다

→ 병기 전개: 별락결(別絡結) → 부상부동(跗上不動) → 궐(厥) → 한(寒)

발등의 맥동이 소실된다는 것은 충맥의 기혈이 하지 말단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뜻이고, 이로 인해 사지가 차가워지는 궐증(厥證)이 발생한다. 궐증은 곧 한증(寒證)으로 이어진다.

##### "以言導之,切而驗之,其非必動,然後乃可明逆順之行也"

  • 以言導之(이언도지): 말로써 이끌다 — 문진(問診)
  • 切而驗之(절이험지): 절맥(切脈)하여 검증하다 — 맥진(脈診)
  • 其非必動(기비필동): 반드시 동(動)하는 곳이 아닌 것 (즉, 동하지 않는 곳을 살핀다)

→ 진단법: 문진으로 환자의 증상을 파악하고, 절맥으로 동하는 곳과 동하지 않는 곳을 확인함으로써 경맥 순행의 역순(逆順)을 명확히 판별할 수 있다. 특히 동해야 하는데 동하지 않는 곳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6. 병기 분석

이 편에서 제시하는 병기(病機)의 핵심 구조:

(1) 체형-기혈-자침 연관 병기

체형(비·수·상·장·영) 
  → 기혈 상태(활삽·청탁·충허)  
    → 사기의 깊이와 성질 결정  
      → 자침 깊이·속도·횟수 결정
체형기혈 상태사기 위치자침 원칙
비인(肥人)혈기충영(血氣充盈), 부혁견고(膚革堅固)심부(深部)심자(深刺), 유침(留針)
흑색·광견인혈탁기삽(血濁氣澀), 기지(氣遲)심부, 경맥 내심자, 유침, 다수(多數)
수인(瘦人)혈청기활(血清氣滑), 기약혈소(氣弱血少)천부(淺部)천자(淺刺), 질출(疾出)
상인(常人)혈기화조(血氣和調)중등(中等)상수(常數)
장사·중(壯士·重)기삽혈탁(氣澀血濁)심부심자, 유침, 다수
장사·경(壯士·勁)기활혈청(氣滑血清)천부천자, 질출
영아(嬰兒)혈소기약(血少氣弱), 육취(肉脆)극천부(極淺部)호침(毫針), 극천자, 즉시 발침, 일재(日再)

(2) 임심결수(臨深決水)의 병기

혈청(血清) + 기탁(氣濁)  
→ 기분(氣分)에 사기(邪氣)가 있고, 혈분은 허약  
→ 빠른 사법(疾瀉) 적용  
→ 사기가 자연히 빠져나감(氣竭)  
→ 마치 높은 곳에서 물을 터놓은 것과 같음

(3) 순굴결충(循掘決沖)의 병기

혈탁(血濁) + 기삽(氣澀)  
→ 혈분(血分)에 어체(瘀滯), 기분에 울체  
→ 빠른 사법(疾瀉) 적용  
→ 경맥이 소통됨(經可通)  
→ 마치 막힌 수로를 파서 터놓은 것과 같음

(4) 충맥-소음-별락의 병기

충맥(衝脈, 오장육부의 해)  
→ 하행 분지가 소음대락(少陰大絡)에 합류  
→ 기가(氣街) → 대퇴내측 → 오금 → 경골내면 → 내과 → 발등·족지(足趾)  
→ 낙맥에 스며들어 기육을 온양(溫養)  

★ 별락결(別絡結, 별락 폐색) 발생 시:  
→ 부상부동(跗上不動): 족배동맥 박동 소실  
→ 궐(厥): 사지 말단 기혈 공급 차단  
→ 한(寒): 사지 냉증  

이 병기는 현대 의학에서의 말초혈관질환(peripheral arterial disease)으로 인한 족부 허혈(ischemia) → 냉감 → 괴사의 진행 과정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7. 유사 조문·반대 조문·관련 방증 비교

(1) 유사 조문

『영추(靈樞)·관침(官針)』

"凡刺之要,官針最妙。九針之宜,各有所為。"

→ 침의 종류에 따라 적응증이 다르듯이, 본 편에서는 환자 체질에 따라 자침법이 달라야 함을 강조한다. 관침편이 침의 종류별 적응을 다루었다면, 역순비수편은 환자 체질별 적응을 다룬다.

『영추·종시(終始)』

"凡刺之道,氣調而止。"

→ 자침의 목적은 기(氣)를 조절하여 멈추는 것이다. 역순비수편에서 비인은 "기삽(氣澀)"이므로 오래 유침하여 기를 소통시키고, 수인은 "기활(氣滑)"이므로 빨리 빼서 기탈을 방지한다. 모두 "기조이지(氣調而止)"의 원칙 아래 있다.

『영추·경맥(經脈)』

십이경맥의 순행 방향에 대한 기본 기술

→ 본 편에서 "수삼음 종장주수(手三陰從藏走手)…" 등의 경맥 역순 설명은 경맥편의 내용과 일치한다. 다만 본 편에서는 이를 충맥(衝脈)과의 관계에서 재해석한다.

『소문(素問)·골공론(骨空論)』

"衝脈者,起於氣街,並少陰之經,挾臍上行…"

→ 충맥의 순행 경로에 대한 유사 기술. 본 편은 특히 충맥의 하행 분지에 초점을 맞추어, 족소음경과의 합류와 족부 말단까지의 기혈 공급을 상세히 기술한다.

(2) 반대/대비 조문

『영추·수요강유(壽夭剛柔)』

체질을 강유(剛柔)로 나누어 자침법을 다르게 적용하는 내용

→ 역순비수편이 비수(肥瘦)·흑백(黑白)·소장(小長)으로 체질을 분류하는 것과 대비된다. 수요강유편은 성격·기질(剛柔)로 분류하고, 역순비수편은 체형·외모·행동 특성으로 분류한다. 양자를 종합하면 더 입체적인 체질 평가가 가능하다.

비인 vs 수인의 대비

항목비인(肥人)수인(瘦人)
피부두꺼움(厚), 견고(堅固)얇음(薄)
혈색검고 탁함(黑以濁)적음(色少)
기삽(澀), 지(遲)활(滑)
혈탁(濁)청(清)
자침심자(深), 유침(留), 다수(多)천자(淺), 질출(疾)
위험사기 잔류기탈(氣脫), 혈손(血損)

→ 완전한 대칭 구조로 대비된다. 이것은 교육적으로도 핵심적인 비교 쌍이다.

(3) 충맥 관련 다른 경전 기술

『소문·상고천진론(上古天真論)』

"二七而天癸至,任脈通,太衝脈盛,月事以時下…"

→ 충맥이 생식·월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역순비수편에서 충맥을 "오장육부의 해(五藏六府之海)"라 한 것은, 충맥이 단순히 생식 기능만이 아니라 전신 기혈의 총괄적 저장·분배 기능을 갖는다는 더 넓은 의미를 포함한다.


8. 현대 임상 사례

사례 1: 비만 환자의 경추부 통증에 대한 침 치료

60세 남성, BMI 32, 피부가 두껍고 건조하며 안색이 검다. 경추부 통증과 견배부 강직을 호소한다. 맥은 침삽(沈澀)하고 설태는 후니(厚膩)하다.

적용: 역순비수편의 비인(肥人)·흑색인 체질에 해당한다. 혈탁기삽(血濁氣澀)하므로 깊이 자침하고 오래 유침하며 횟수를 많이 해야 한다. 풍지(風池)·견정(肩井)·대추(大椎) 등에 깊이 자침하고 20-30분 유침하며, 주 3회 이상 빈도로 치료한다. 얕게 빨리 빼는 자침법으로는 효과가 불충분할 것이다.

사례 2: 마른 체형 여성의 두통에 대한 침 치료

28세 여성, 마르고 창백하며 목소리가 가늘다. 간헐적 편두통을 호소한다. 맥은 세활(細滑)하고 설질은 담(淡)하다.

적용: 역순비수편의 수인(瘦人) 체질에 해당한다. 혈청기활(血清氣滑)하여 기탈(氣脫)·혈손(血損)의 위험이 있으므로, 태양(太陽)·합곡(合谷)·태충(太衝) 등에 얕게 자침하고 즉시 빼야 한다. 오래 유침하거나 강한 자극을 주면 환자가 어지럽고 기운이 빠지는 느낌(기탈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사례 3: 같은 체격의 운동선수 두 명에 대한 다른 자침법

(A) 근골 발달, 체중 90kg, 움직임이 둔중하고 느림 → 장사·중(壯士·重) 유형

  • 기삽혈탁 → 심자, 유침, 다수

(B) 근골 발달, 체중 85kg, 움직임이 민첩하고 날렵 → 장사·경(壯士·勁) 유형

  • 기활혈청 → 천자, 질출

→ 같은 체격이라도 행동 특성(重 vs 勁)에 따라 기혈 상태가 다르고 자침법이 정반대이다. 이것은 외형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기혈의 실제 상태를 파악해야 함을 보여주는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교훈이다.

사례 4: 소아 야제증(夜啼症)에 대한 침 치료

6개월 된 영아가 밤마다 울며 보챈다. 기혈이 약하고 살이 연약하다.

적용: 역순비수편의 영아(嬰兒) 원칙에 따라, 가장 가는 호침(毫針, 0.12mm 또는 소아용 피내침)으로 사봉혈(四縫穴)이나 신문(神門) 등에 극히 얕게 찔러 즉시 빼고, 하루에 1-2회만 시행한다. 강한 자극이나 오래 유침은 금기이다.

사례 5: 당뇨병 환자의 족부 냉증과 족배동맥 박동 감소

65세 남성, 당뇨병 20년, 양측 발이 차갑고 감각이 둔하며, 족배동맥(dorsalis pedis artery) 박동이 현저히 약하다.

적용: 역순비수편에서 "별락결(別絡結) → 부상부동(跗上不動) → 궐(厥) → 한(寒)"의 병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임상 상황이다. 충맥의 하행 분지가 족소음 대락에 합류하여 족부에 기혈을 공급하는 경로가 차단(別絡結)된 것이며, 이는 현대 의학의 당뇨병성 말초혈관질환(diabetic peripheral vascular disease)에 해당한다. 치료는 충맥·소음경 관련 혈위(기충(氣衝)·삼음교(三陰交)·태계(太谿)·용천(湧泉))를 자침하여 하지 혈행을 촉진하고, 동시에 온침(溫鍼) 또는 구법(灸法)을 병용하여 온양(溫陽)한다.

사례 6: 부인과 — 충맥 실조와 월경이상

35세 여성, 월경량 감소, 월경 주기 연장, 하지 냉감, 허리가 시리고 아프다. 맥은 침세(沈細)하다.

적용: 충맥이 "오장육부의 해"로서 기혈을 총괄하는데, 충맥 기혈이 부족하면 상행 분지(頏顙으로 나와 양경에 스며드는)와 하행 분지(소음대락으로 족부까지 가는) 모두 기능이 약해진다. 월경량 감소는 충맥 기혈 부족의 직접적 표현이고, 하지 냉감은 하행 분지의 기혈 공급 부족에 해당한다. 기충(氣衝)·관원(關元)·삼음교(三陰交)·태계(太谿) 등을 자침하고 구법을 병용하여 충맥 기혈을 보충한다.


9. 오해하기 쉬운 지점

① "深而留之" vs "淺而疾之"는 절대 기준이 아니다

비인은 항상 깊게, 수인은 항상 얕게라는 것이 아니라, 같은 사람이라도 기혈 상태(활삽·청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장사(壯士)의 예에서 같은 체격이라도 "중(重)"과 "경(勁)"에 따라 반대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체형은 참고 지표이지 절대 결정 기준이 아니다.

② "氣竭"의 오해

"血清氣濁, 疾瀉之, 則氣竭焉"에서 "기갈(氣竭)"을 정기(正氣)의 고갈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문맥상 "임심결수(臨深決水)"의 비유에서 물(사기)을 빼내는 것이므로, 여기서 "갈(竭)"되는 것은 사기(邪氣)의 탁기(濁氣)이다. 다만 수인처럼 혈청기활(血清氣滑)한 자에게 이 법을 과도하게 적용하면 정기도 함께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체질 감별이 선행되어야 한다.

③ "少陰之脈獨下行"의 오해

이 질문에 대해 기백은 족소음경 자체가 하행하는 것이 아니라, 충맥(衝脈)이 소음경의 대락에 합류하여 하행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구분한다. 족소음경의 본경(本經) 순행은 "종족주복(從足走腹)"으로 상행하지만, 충맥의 하행 분지가 소음 대락과 합류하여 아래로 내려가므로, 겉으로 보면 소음의 맥기가 하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④ "貪而於取與"의 해석

흑색·광견(廣肩)·혈탁기삽(血濁氣澀)한 사람의 성격을 "탐하여 취여에 빠진다"고 한 것은, 도덕적 비난이 아니라 형신합일(形神合一)의 관찰이다. 기혈이 탁하고 느린 사람은 정신적으로도 집착하고 쉽게 놓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으로, 체질과 심리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대 관찰이다. 현대 체질의학이나 심신의학(psychosomatic medicine)과 통하는 관점이다.

⑤ "跗上不動"과 현대 진단의 관련

"부상부동(跗上不動)"은 발등 위의 맥동이 소실된 것으로, 현대 의학에서 족배동맥(dorsalis pedis artery) 촉지 불가에 해당한다. 이것은 말초혈관질환(PAD), 당뇨병성 혈관합병증, 동맥경화증 등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이학적 소견이다. 2천 년 전에 이미 이 소견의 임상적 의의(궐→한)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10. 현대 생리학적 해석 (보조)

체형별 기혈 상태의 생리학적 대응

한의학적 개념현대 생리학적 대응
비인·혈탁기삽비만 → 혈액 점도 증가(blood viscosity↑), 미세순환 장애, 인슐린 저항성
수인·혈청기활저체중 → 혈액량 감소(blood volume↓), 혈압 저하 경향, 미주신경 반응 과민
피부 두껍고 검음진피(dermis) 두께 증가, 멜라닌 침착 증가, 피하지방 변화
기탈(氣脫)미주신경성 실신(vasovagal syncope), 신경인성 쇼크
부상부동(跗上不動)족배동맥 맥박 소실 — PAD(말초동맥질환), ABI(ankle-brachial index) 저하
궐(厥)→한(寒)말초 허혈(ischemia) → 피부 온도 저하 → 조직 괴사 진행
충맥(衝脈)복부 대동맥(abdominal aorta)에서 분지하는 장골동맥·대퇴동맥 계통, 또는 자율신경총(sympathetic plexus)의 기능에 대응시키는 견해도 있음 (단, 완전한 대응은 아님)
⚠️ 주의: 이러한 현대 의학적 대응은 이해를 돕기 위한 보조적 참고이며, 한의학 경전의 원래 논리를 대체하거나 환원할 수 없다. 충맥(衝脈)을 단순히 어떤 해부학적 구조물 하나에 대응시키는 것은 무리이며, 기능적·체계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종합 정리

이 편 「역순비수(逆順肥瘦)」는 다음 세 가지 핵심 교훈을 전달한다:

첫째, 침 치료는 질병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전체적 체질(비수·흑백·소장·연령)을 보고 자침법을 조절해야 한다. 같은 병이라도 비인과 수인에게 적용하는 침법은 정반대이다.

둘째, 자침법의 결정 기준은 궁극적으로 기혈의 실제 상태(활삽·청탁)이다. 외형(체형)은 기혈 상태를 추정하는 지표이지 결정 기준이 아니며, 장사(壯士)의 예에서 같은 외형이라도 행동 특성(重 vs 勁)에 따라 기혈 상태가 반대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경맥의 역순(逆順)을 이해해야 하며, 특히 충맥(衝脈)이 오장육부의 바다로서 상하 전후로 기혈을 관개하는 작용을 파악해야 한다. 충맥의 별락이 막히면 족부 맥동이 소실되고 궐한(厥寒)이 발생하므로, 충맥의 소통은 전신 기혈 순환의 관건이다.

이 편은 한의학이 "사람을 치료하는 의학(治人之醫)"이지 "병을 치료하는 의학(治病之醫)"이 아니라는 고전적 원칙의 전형적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