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谷의 따뜻한 생명 읽기 · 상한론
2 辨陽明病脈證幷治 · 제243편
條文 第二百四十一
溫谷 · · 14분
1. 조문 원문
大下後, 六七日不大便, 煩不解, 腹滿痛者, 此有燥屎也, 所以然者, 本有宿食故也, 宜大承氣湯.
2. 직역
크게 하법(下法)을 시행한 뒤에, 6~7일이 되도록 대변을 보지 못하고, 번조(煩躁)가 풀리지 않으며, 배가 그득하고 아픈 자는, 이는 조시(燥屎)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 까닭은, 원래 숙식(宿食)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땅히 대승기탕(大承氣湯)을 쓴다.
3. 의역
이미 강하게 설사시키는 치료[大下(대하)]를 한 차례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6~7일이 지나도록 대변이 나오지 않고, 가슴속 번열(煩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으며, 복부가 팽만하면서 통증이 있다면, 이것은 장(腸) 안에 마르고 굳어진 대변[燥屎(조시)]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본래부터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宿食(숙식)]이 체내에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땅히 대승기탕(大承氣湯)으로 치료해야 한다.
4. 핵심 요지
"大下後(대하후)에도 불구하고 실증(實證)이 재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조문의 핵심이다.
- 한 번 하법(下法)을 써서 사기를 제거한 것 같지만, 근본 원인인 숙식(宿食)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조시(燥屎)가 다시 형성된다.
- 치료 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면, 이미 치료했다는 사실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의 병기(病機)를 재평가해야 한다.
- 허증(虛證)으로 오인하기 쉬운 상황에서, 실증(實證)의 핵심 증거[腹滿痛(복만통)·不大便(부대변)·煩不解(번불해)]를 포착하여 과감하게 대승기탕(大承氣湯)을 재투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5. 글자별·구절별 해석
① 大下後(대하후)
- 大下(대하): 강력한 하법(下法), 즉 사하제(瀉下劑)를 사용하여 대변을 강하게 배출시킨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潤下(윤하)나 緩下(완하)가 아닌, 공하(攻下) 수준의 치료를 시행한 상태.
- 後(후): 시행한 이후. 시간적 경과를 나타낸다.
- 임상적 의미: 이미 한 번 강한 설사 치료를 했으므로, 의사 입장에서는 "이미 하법을 썼으니 다시 쓰면 정기(正氣)를 손상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는 상황이다. 조문은 이 심리적 함정을 경계한다.
② 六七日不大便(육칠일부대변)
- 六七日(육칠일): 6~7일이라는 구체적 시간. 상한론에서 이 정도의 일수는 장내(腸內)에서 음식물이 건조해져 조시(燥屎)로 변하기에 충분한 기간을 시사한다.
- 不大便(부대변): 대변을 보지 못함. 陽明腑實(양명부실)의 핵심 증상이다.
- 중요 포인트: 大下後(대하후)에 대변이 안 나오는 것은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 (A) 정기 손상으로 장(腸)의 추동력이 없는 허증(虛證) → 이 경우에는 복만통(腹滿痛)이나 번조(煩躁)가 동반되지 않는다.
- (B) 숙식(宿食)이 남아 재차 조시(燥屎)가 형성된 실증(實證) → 이 조문의 경우.
③ 煩不解(번불해)
- 煩(번): 가슴속이 답답하고 번거롭고 열이 나는 느낌. 여기서는 陽明(양명) 내열(內熱)이 상충(上衝)하여 생기는 번열(煩熱)이다.
- 不解(불해): 해소되지 않음. 하법(下法) 후에도 풀리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이다. 만약 邪氣(사기)가 제거되었다면 번(煩)은 당연히 해소되어야 한다. 풀리지 않았다는 것은 사기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증거이다.
- 병기적 의미: 장내(腸內) 연열(燥熱)이 위로 훈증(薰蒸)하여 심신(心神)을 교란시키므로 번(煩)이 발생한다. 이는 陽明(양명) 부실(腑實)의 전형적 양상이다.
④ 腹滿痛者(복만통자)
- 腹滿(복만): 복부 팽만감. 陽明腑實(양명부실)에서 유형(有形)의 실사(實邪)가 장내에 정체되어 기기(氣機)를 옹체(壅滯)시킬 때 나타난다.
- 痛(통): 단순한 팽만이 아니라 통증을 동반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 허증(虛證)의 복만(腹滿) →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고, 누르면 편하며[按之則減(안지즉감)], 통증이 심하지 않다.
- 실증(實證)의 복만(腹滿) → 지속적이며, 누르면 더 아프고[拒按(거안)], 통증을 동반한다.
- 者(자): "~한 자는" — 조건절을 마무리하고 판단을 도입하는 접속어.
⑤ 此有燥屎也(차유조시야)
- 此(차): 이것은 → 앞의 증상들을 받아서 진단적 판단을 내린다.
- 燥屎(조시): 장내에서 수분이 흡수되어 마르고 굳어진 대변 덩어리. 陽明腑實證(양명부실증)의 핵심 병리 산물이다.
- 燥(조): 건조함. 陽明(양명)의 조열(燥熱)이 진액(津液)을 소모하여 대변이 굳어진 상태.
- 屎(시): 대변.
- 也(야): 단정의 어기조사. "~인 것이다."
- 이 구절은 변증(辨證) 결론이다. 증상에서 병기로, 병기에서 진단으로 나아가는 논리적 귀결.
⑥ 所以然者, 本有宿食故也(소이연자, 본유숙식고야)
- 所以然者(소이연자): "그렇게 된 까닭은" → 장중경(張仲景)이 조문에서 병기(病機)의 원인을 부연 설명할 때 사용하는 전형적 구문이다. 이 표현이 나오면 항상 핵심 병기의 근본 원인이 뒤따른다.
- 本(본): 원래, 본래. 하법(下法) 이전부터 이미 존재했던 선행 조건을 가리킨다.
- 宿食(숙식): 오래되어 소화되지 않은 채 체내에 정체된 음식물.
- 宿(숙): 묵은, 오래된.
- 食(식): 음식.
- 숙식(宿食)은 현대적으로는 식적(食積), 즉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의 장내 정체를 의미한다.
- 故也(고야): "~때문이다." 인과관계를 확정하는 표현.
- 핵심 논리: 처음 하법(下法)을 시행할 때, 장내 내용물의 일부는 배출되었지만 근본에 있던 숙식(宿食)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이 숙식이 양명(陽明)의 조열(燥熱)과 결합하여 다시 조시(燥屎)로 변한 것이다.
⑦ 宜大承氣湯(의대승기탕)
- 宜(의): "마땅히 ~해야 한다." 상한론에서 宜(의)는 강한 권고이지만 主之(주지)보다는 약간 융통성이 있는 표현으로, 임상적 상황 판단을 전제로 한다.
- 大承氣湯(대승기탕): 陽明腑實(양명부실)의 대표 처방. 峻下熱結(준하열결) — 맹렬하게 열결(熱結)을 공하(攻下)하는 치법.
6. 병기 분석
[1단계: 선행 조건]
본래 宿食(숙식)이 장내에 정체 → 소화력 저하 혹은 과식 등으로
음식물이 완전히 소화·배출되지 못한 상태
[2단계: 최초 치료]
大下(대하) 시행 → 장내 내용물 일부 배출
그러나 깊이 박혀 있는 宿食(숙식)은 완전히 제거되지 못함
[3단계: 재형성]
大下(대하) 후 腸胃(장위)의 津液(진액) 소모
+ 陽明(양명)의 燥熱(조열) 지속
+ 잔존 宿食(숙식)이 수분을 빼앗겨 건조해짐
→ 6~7일 경과 → 燥屎(조시) 재형성
[4단계: 증상 발현]
- 不大便(부대변): 燥屎(조시)가 장도(腸道)를 옹색(壅塞)
- 腹滿痛(복만통): 有形實邪(유형실사)가 기기(氣機)를 막아
통즉불통(通則不痛)→불통즉통(不通則痛)
- 煩不解(번불해): 腸中(장중) 燥熱(조열)이 上擾心神(상요심신)
[5단계: 치법 도출]
병위: 陽明(양명) 腑(부) — 위장관(胃腸管)
병성: 實(실)·熱(열)·燥(조)
치법: 峻下熱結(준하열결), 蕩滌腸胃(탕척장위)
처방: 大承氣湯(대승기탕)
7. 대승기탕(大承氣湯) 방제 분석
조성
| 약물 | 용량 | 역할 |
|---|---|---|
| 大黃(대황) | 四兩(사량) | 君藥(군약) — 사하통변(瀉下通便), 청열사화(清熱瀉火). 燥屎(조시)를 강하게 밀어내고 열을 배출 |
| 芒硝(망초) | 三合(삼합) | 臣藥(신약) — 연견윤조(軟堅潤燥). 굳어진 조시(燥屎)를 부드럽게 녹여 배출을 돕는다. 함수(鹹水)의 성질로 燥(조)를 윤(潤)하고 堅(견)을 연(軟)하게 한다 |
| 厚朴(후박) | 半斤(반근) | 佐藥(좌약) — 행기소만(行氣消滿). 복만(腹滿)을 해소하고 장의 기기(氣機) 운행을 회복시킨다 |
| 枳實(지실) | 五枚(오매) | 佐藥(좌약) — 파기소적(破氣消積). 적체(積滯)를 파하고 기체(氣滯)를 해소하여 대황(大黃)의 공하 작용을 보조 |
방제 구조의 논리
대승기탕(大承氣湯)은 기약동용(氣藥同用)의 전형이다.
- 大黃(대황) + 芒硝(망초): 유형(有形)의 실사(實邪)인 조시(燥屎)를 직접 공격 — 대황은 밀어내고, 망초는 녹인다.
- 厚朴(후박) + 枳實(지실): 무형(無形)의 기체(氣滯)를 해소 — 복만(腹滿)을 치료하고 장의 운동력을 회복시킨다.
유형실사(有形實邪)와 무형기체(無形氣滯)를 동시에 치료하기 때문에, 대승기탕(大承氣湯)은 "痞(비)·滿(만)·燥(조)·實(실)" 네 가지가 모두 구비된 陽明腑實(양명부실)의 최중증(最重症)에 사용한다.
소승기탕(小承氣湯)·조위승기탕(調胃承氣湯)과의 감별
| 구분 | 大承氣湯(대승기탕) | 小承氣湯(소승기탕) | 調胃承氣湯(조위승기탕) |
|---|---|---|---|
| 구성 | 大黃(대황)·芒硝(망초)·厚朴(후박)·枳實(지실) | 大黃(대황)·厚朴(후박)·枳實(지실) | 大黃(대황)·芒硝(망초)·甘草(감초) |
| 병증 특징 | 痞滿燥實(비만조실) 모두 구비 | 痞滿實(비만실), 燥(조)는 경미 | 燥實(조실) 위주, 滿(만)은 경미 |
| 치법 강도 | 峻下(준하) — 가장 강력 | 輕下(경하) — 비교적 완화 | 緩下(완하) — 완만 |
| 본 조문 적용 | ✅ 적합: 不大便+腹滿痛+煩不解+燥屎(조시) 확인 | ❌ 부족: 조시(燥屎) 확인 시 망초(芒硝) 필요 | ❌ 부족: 복만통(腹滿痛)이 현저하여 후박(厚朴)·지실(枳實) 필요 |
8. 진단적 감별: 허증과 실증의 구분
이 조문에서 가장 중요한 임상적 교훈은, 大下後(대하후)에 대변이 안 나오는 것이 허증인지 실증인지를 감별하는 것이다.
대하후 불대변(大下後 不大便)의 두 가지 시나리오
| 항목 | 실증(實證) — 본 조문 | 허증(虛證) |
|---|---|---|
| 원인 | 숙식(宿食) 잔존 → 조시(燥屎) 재형성 | 대하(大下)로 진액(津液)·양기(陽氣) 손상 |
| 대변 | 不大便(부대변) — 조시(燥屎)로 인한 폐색 | 不大便(부대변) — 장 추동력 부족 |
| 복부 | 腹滿痛(복만통), 拒按(거안), 경도(硬度) 있음 | 복부 유연, 按之則減(안지즉감), 혹은 무력감 |
| 번(煩) | 煩不解(번불해) — 열성(熱性) 번조 | 허번(虛煩) — 기력저하로 인한 불안감 |
| 맥 | 沈實(침실) 혹은 沈遲有力(침지유력) | 沈弱(침약), 細(세), 無力(무력) |
| 설(舌) | 설태 황조(黃燥) 혹은 초흑(焦黑) | 설태 박백(薄白), 설질 담(淡) |
| 치법 | 峻下熱結(준하열결) — 대승기탕(大승기탕) | 益氣養陰(익기양음) 혹은 溫陽通便(온양통변) |
경고: 만약 실증(實證)을 허증(虛證)으로 오인하여 보법(補法)을 쓰면, 조시(燥屎)가 더 굳어지고 병이 깊어진다. 반대로 허증을 실증으로 오인하여 재차 공하(攻下)하면 정기(正氣)가 탈진(脫盡)한다.
9. "所以然者(소이연자)" 구문의 의의
장중경(張仲景)이 "所以然者(소이연자)"라는 표현을 쓰는 조문은 상한론 전체에서 많지 않다. 이 표현이 등장하면 반드시 병기의 근본 원인을 설명하고 있으므로, 학습 시 특별히 주목해야 한다.
본 조문에서 "所以然者, 本有宿食故也(소이연자, 본유숙식고야)"는 다음을 교훈한다:
- 대하(大下) 후에도 조시(燥屎)가 재형성된 이유: 단순히 양명(陽明) 조열(燥熱)이 강해서가 아니라, 원래부터 숙식(宿食)이 있었기 때문이다.
- 치료의 실패 원인 분석: 첫 번째 하법(下法)이 부적절했거나 불충분했던 것이 아니라, 숙식(宿食)의 양과 깊이가 한 번의 하법으로 제거하기에 부족했던 것이다.
- 재치료의 정당성 확보: "본래 숙식이 있었다"는 인과 설명을 통해, 재차 대승기탕(大承氣湯)을 투여하는 것이 과치(過治)가 아님을 논증한다.
10. 관련 조문 비교
(1) 상한론 제238조 (양명병편)
陽明病, 下之, 心中懊憹而煩, 胃中有燥屎者, 可攻. 腹微滿, 初頭硬, 後必溏, 不可攻之.
- 비교 포인트: 같은 양명병(陽明病) 하후(下後)이지만, 이 조문은 "공(攻)할 수 있는 경우"와 "공할 수 없는 경우"를 감별한다. 腹微滿(복미만)이고 初頭硬後必溏(초두경후필당)이면 실증이 충분치 않으므로 공하(攻下)하면 안 된다. 본 조문은 腹滿痛(복만통)이 뚜렷하므로 대승기탕(大승기탕)이 적합하다.
(2) 상한론 제209조
陽明病, 潮熱, 大便微硬者, 可與大承氣湯; 不硬者, 不可與之.
- 비교 포인트: 대변이 "微硬(미경)"한 정도에서도 대승기탕(大승기탕) 사용이 가능하지만, 굳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 본 조문은 6~7일 불대변(不大便)에 복만통(腹滿痛)까지 있으므로 조시(燥屎) 확인이 더 확실한 상황이다.
(3) 상한론 제248조 (숙식 관련)
食谷欲嘔者, 屬陽明也, 吳茱萸湯主之. 得湯反劇者, 屬上焦也.
- 비교 포인트: 숙식(宿食) 관련 조문이지만 치법이 다르다. 이 조문의 숙식은 위(胃)에 정체되어 구역(嘔逆)을 일으키는 경우이고, 본 조문의 숙식은 장(腸)에 정체되어 조시(燥屎)로 변한 경우이다. 병위(病位)의 상하(上下) 차이에 따라 치법이 완전히 달라진다.
(4) 금궤요략 복만한산숙식병편(腹滿寒疝宿食病篇)
宿食在上脘, 當吐之, 宜瓜蒂散.
- 비교 포인트: 숙식(宿食)이 상완(上脘)에 있으면 토법(吐法)[瓜蒂散(과체산)]을 쓰고, 하완(下脘) 이하 장(腸)에 있으면 하법(下法)을 쓴다는 치법의 분화를 보여준다.
11. 현대 임상 사례
사례 1: 급성 장폐색(腸閉塞)의 보존적 치료 과정
- 환자: 65세 남성, 평소 과식 습관이 있고 변비 경향.
- 경과: 복통·복만으로 입원하여 관장(灌腸) 치료를 받았으나(= 大下), 일시적으로 소량의 대변이 배출된 후 5~6일간 다시 대변이 없음.
- 현증: 복부 팽만, 압통(+), 반발통(±), 번조 불안, 설태 황조(黃燥), 맥 침실(沈實).
- 한의학적 해석: 大下後(대하후) 불대변(不大便), 번불해(煩不解), 복만통(腹滿痛) → 본유숙식(本有宿食) → 대승기탕(大承氣湯) 적응증.
- 현대적 대응: 장폐색의 보존적 치료에서 대승기탕 가감방이 배기(排氣)·배변(排便) 촉진에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연구 보고가 있다.
사례 2: 만성 변비 환자의 사하제 남용 후 재발
- 환자: 50세 여성, 만성 기능성 변비.
- 경과: 자가로 강한 사하제(센나엽 등)를 복용하여 일시적 배변 후, 1주일간 다시 변비 재발. 복부 경만(硬滿), 누르면 통증, 식욕 저하, 번열감.
- 한의학적 해석: 숙식(宿食)이 본래 있는 상태에서 단순 사하(瀉下)만으로는 근본 제거가 안 되었고, 조시(燥屎)가 재형성.
- 치법: 대승기탕(大承氣湯) 혹은 상황에 따라 소승기탕(小承氣湯)으로 선공(先攻)한 후, 근본적 식적(食積) 해소와 비위(脾胃) 기능 회복 치료를 병행.
사례 3: 노인 수술 후 마비성 장 무력증과의 감별
- 환자: 72세 남성, 복부 수술 후 장 마비(paralytic ileus).
- 현증: 수술 후 대변이 없고, 복부 팽만, 장음(腸音) 감소.
- 감별: 이 경우는 허증(虛證)이다. 수술이라는 大下(대하) 이후 장의 기능이 저하된 것이므로, 대승기탕(大承기탕)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 복부가 유연하고, 거안(拒按)이 아닌 희안(喜按)이며, 번열(煩熱)보다는 피로·무력감이 주소(主訴)라면 보기(補氣)·온양(溫陽) 치법이 적합하다.
- 교훈: 본 조문의 "腹滿痛(복만통)"이 실증형(實證型) 통증인지 허증형(虛證型) 팽만인지 감별하는 것이 임상에서 가장 중요하다.
사례 4: 소아 식적(食積) 후 반복성 변비
- 환자: 7세 소아, 명절에 과식 후 복통·복만·변비. 한 차례 개새제(開塞劑, glycerin 관장)를 사용하여 소량 배변 후, 3~4일간 다시 대변 없음. 복부 단단하고, 아이가 짜증을 내며 불안해함.
- 한의학적 해석: 소아의 비위(脾胃) 운화력(運化力)이 약한 상태에서 과식 → 숙식(宿食) 형성 → 일회 사하 후 잔존 숙식이 조시화(燥屎化). 소아이므로 대승기탕(大승기탕) 대신 소승기탕(小承氣湯) 감량 혹은 보화환(保和丸) 가감으로 완화하게 접근할 수 있다.
12. 오해하기 쉬운 지점
① "대하(大下) 후에 또 대승기탕(大承氣湯)을 써도 되는가?"
- 많은 학습자들이 "이미 강하게 사하했는데 다시 공하하면 정기(正氣)가 손상되지 않을까?"라고 우려한다.
- 장중경의 답: 실증(實證)의 핵심 근거[腹滿痛(복만통)·煩不解(번불해)·不大便(부대변)]가 명확하면, 과거 치료 이력에 관계없이 현재의 병기(病機)에 따라 치료해야 한다. "有故無殞(유고무운)" — 원인이 있으면 (적절한 치료로) 해를 입지 않는다는 원칙.
② "숙식(宿食)과 조시(燥屎)는 같은 것인가?"
- 다르다.
- 숙식(宿食):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 아직 완전히 건조·경화되지 않은 상태. 원인 물질.
- 조시(燥屎): 숙식이 장내 열(熱)과 시간의 경과로 수분을 잃어 딱딱하게 굳어진 상태. 병리 산물.
- 숙식이 조시로 변하는 과정이 있으며, 이 조문은 그 과정을 명시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③ "宜(의)"와 "主之(주지)"의 차이
- 主之(주지): "~로 주치한다" → 병증과 처방의 대응이 거의 확정적.
- 宜(의): "마땅히 ~해야 한다" → 강한 권고이지만, 환자의 구체적 상태를 살펴서 투여해야 한다는 뉘앙스가 있다.
- 본 조문에서 宜(의)를 쓴 이유: 大下後(대하후)라는 특수 상황이므로 정기(正氣)의 손상 정도를 반드시 확인한 후 투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조건적 처방이 아닌 조건부 처방의 의미.
13. 현대 생리학적 참고 해석
⚠️ 이하 내용은 경전의 원래 논리를 보조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것이며, 경전 해석을 대체하지 않는다.
- 숙식(宿食) → 조시(燥屎)의 과정: 결장(結腸)에서의 수분 재흡수. 음식물 잔여물이 장내에 오래 체류하면 결장에서 지속적으로 수분이 흡수되어 대변이 점점 단단해진다(fecal impaction).
- 번불해(煩不解): 장내 세균에 의한 독소(내독소, endotoxin) 흡수 증가 → 전신 염증 반응 → 불안, 발열, 초조. 혹은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한 신경학적 반응.
- 복만통(腹滿痛): 장 폐색으로 인한 장내 가스 축적, 장벽(腸壁) 팽창에 의한 내장통(visceral pain).
- 대승기탕(大承기탕)의 약리: 대황(大黃)의 안트라퀴논(anthraquinone) 성분이 대장 연동운동을 촉진하고, 망초(芒硝, Na₂SO₄·10H₂O)가 삼투압 효과로 장내 수분을 증가시켜 대변을 연화시키는 것이 현대 약리학적으로 확인되어 있다.
14. 총괄 정리
| 항목 | 내용 |
|---|---|
| 조문 유형 | 陽明腑實(양명부실)의 재치료 조문 |
| 핵심 상황 | 大下後(대하후)에도 증상 지속 |
| 핵심 증상 | 不大便(부대변)·煩不解(번불해)·腹滿痛(복만통) |
| 진단 | 燥屎(조시) 존재 |
| 근본 원인 | 本有宿食(본유숙식) |
| 병위 | 陽明(양명) 腑(부) — 腸道(장도) |
| 병성 | 實(실)·熱(열)·燥(조) |
| 치법 | 峻下熱結(준하열결) |
| 처방 | 大承氣湯(대승기탕) |
| 핵심 교훈 | ① 치료 후에도 현재 병기를 재평가하라 ② 허실(虛實) 감별이 관건 ③ 실증 확인 시 과감하게 재공(再攻)할 수 있다 |
15. 학습 포인트 요약
- "大下後(대하후)"라는 선행 조건에 주목하라. 이미 치료했다는 사실이 재치료를 금기하는 것은 아니다.
- 허실 감별의 3대 핵심: 腹滿痛(복만통)의 성질(거안 vs 희안), 煩(번)의 성질(실열번 vs 허번), 不大便(부대변)의 원인(폐색 vs 무력).
- "所以然者(소이연자)" 구문이 나오면 반드시 병기(病機)의 근본을 묻는 것이므로, 깊이 새겨야 한다.
- 숙식(宿食)이라는 선행 병인(病因)을 발견하는 능력이 이 조문의 핵심 감별력이다. 단순히 양명 조열만으로는 이 조문의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 宜(의)의 어감: 완전한 확정이 아닌 조건부 권고이므로, 정기(正氣)의 상태를 반드시 확인한 후 투여한다.
溫谷
https://ongok.com/library/sanghan/sanghan-241/